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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무성주(株)’, ‘문재인주(株)‘? 국가 ‘후진(後進) 지표’ 정치 테마주 실체는?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정치 테마주’가 들썩인다. 총선은 1년, 대선은 2년 앞둔 현 시점에서다. 특정 정치인의 지지율 등락과 굵직한 정치 문제가 주가에 반영된다. 익숙한 일이 돼버린 ‘정치 테마주’ 등락 소식은, 그러나 한국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지표다. 오너나 정치인과의 ‘연(緣)’에 따라 기업가치가 달라진다는 공연한 믿음이 정치 테마주 탄생의 배경이다.

‘작전 세력’을 탓해봤자 소용없다. 촘촘한 정보망을 가진 작전 세력과, 이를 추종하는 개인의 합작품이 정치테마주다. 특정 정치인이 권력을 잡으면,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보는 ‘정경유착’의 아픈 한국 역사가 오늘은 증권시장에서 반복 중이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의 ‘쪽박 경고’는 무용하다. 금융감독원에 압박을 가해 본인의 잇속을 차린 고(故)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의 사례는, 권력이 돈을 다스리는 법을 알려줬다. 들썩이는 정치테마주에 몸을 담근 개인들이, 각종 ‘경고’를 보란듯이 비웃는 이유다.

최근엔 4월 재보궐 선거가 이슈가 됐다.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부친이 설립한 전방의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았다. 최대 주주가 김 대표 모교의 총동문회장 출신인 코맥스도 6% 넘게 급등했다. 반면 패배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관련주들은 떨어졌다. 우리들 제약은 하루만에 11%가 빠졌고, 문 대표가 법률 자문을 맡았던 바른손도 10% 넘게 급락했다.

가장 드라마틱한 주가 흐름을 보인 것은 반기문 테마주다. ‘성완종 사태’가 발생하자 반기문 테마주들이 급등했다. 현 정치권 바깥에서 새누리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가 선정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그러나 사태의 결이 최초 양상과 달라졌다. 반 총장 동생의 경남기업 근무사실과, 성 회장이 ‘반 총장과 내가 친분이 두텁다’고 주장한 것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관련주는 급락했다. 종지부는 반 총장이 직접 찍었다. 그는 “퇴임 후 손주들과 놀고 싶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오는 18일 방한한다. 반 총장의 방한에 증권가도 촉을 세운다.


과거 군사 독재 시절에는 정권이 기업들을 다스렸다. 기업들은 ‘돌격 대장’ 역할을 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모 제철 회사와 건설사들이 그랬다. 노태우 정권 시절엔 대통령의 사돈 기업이 성장했다. 일각에선 해방 이후 ‘적산 기업’ 불하 과정을 한국 정경유착의 근원으로 보기도 한다. 권력을 통해 돈이 만들어지고, 돈이 다시 권력으로 흘러가는 ‘공생 관계’다.

해외에선 ‘정치인 테마’보다는 ‘정책 테마’가 많다. 예컨대 2012년 미국 대선에선 민주당 오바마 관련주로 건강보험회사, 병원 등의 종목이 상승했다. 공화당 밋 롬니 후보 관련으로는 금융주들이 크게 올랐다. 한국처럼 특정 사람과의 개인적 친분 관계가 기업 주가 상승의 배경은 아니었다.

지난 2012년 사설 연구소의 한 소장은 “만일 스티브 잡스가 대선에 나가겠다고 했다면 애플 주식은 폭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선 안철수씨(현 의원)가 2012년 ‘대선 후보 사퇴’를 선언하자, 안랩 주가가 폭락했다. 갈길이 멀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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