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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게이트 파문의 진원지 ‘향우회’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연고주의 문화의 병폐를 여실히 드러냈다. 고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친목을 다지기 위해 만들어진 향우회가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됐다는 지적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2000년 주도적으로 만든 ‘충청포럼’은 충청권 지역 정ㆍ관계 유력 인사와 언론인을 두루 포섭하며 창립 15년 만에 전국 10개 지부, 회원 3500명을 거느린 거대 조직이 됐다.

충청포럼 회원으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최수현 전 금융감독원장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거물들이 포진해있다.

충청포럼은 운영위원과 유력 인사들을 중심으로 1년에 한두차례 정기적ㆍ비정기적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충청포럼]

초등학교 중퇴 학력으로 학연이 없었던 성 전 회장은 지연을 기반으로 한 충청포럼을 활용해 인맥을 쌓아왔다. 자수성가한 기업인이었던 그가 정치권에 입문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검찰이 금품로비 의혹 수사에서 성 전회장과 정치인을 연결시켜주는 중요 인물로 충청포럼 인사들을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성 전회장의 핵심측근이자, 전 경남기업 재무담당 부사장인 한모씨가 “2012년 대선 즈음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에 2억원을 전달했다”는 당사자인 김모 부대변인도 충청포럼 회원이다.

언론인 출신인 김 씨는 성 회장이 이끈 충청포럼 회원으로 성 회장과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해 왔다. 한 부사장은 검찰 진술에서 “경남기업 회장실을 방문한 김 씨에게 돈을 줬지만 이 돈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전달되는 것인지는 몰랐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성 회장이 홍 의원에게 건넸다고 주장한 2억 원의 ‘전달자’로 확인되면 검찰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2년 대선 당시 홍 의원은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고 있었고 김 씨는 직제상 홍 의원의 지휘를 받진 않았다. 또 홍 의원과 김 씨는 당내에서 정치적으로도 긴밀한 관계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성 전 회장은 이완구 국무총리와는 충청향우회의 이너서클 격인 ‘백소회’에서 연을 두텁게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백제의 미소’라는 뜻의 백소회는 1992년 임덕규 월간 디플로머시 회장이 창립한 모임으로 1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매달 특급 호텔에서 모임을 가지며 친목을 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전에도 역대 게이트 사건을 살펴보면 향우회가 부정부패의 핵심 ‘고리’로 작용한 사례가 많았다.

2012년 이명박(MB) 정부 말기 정국을 뒤흔든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사건에는 포항 출신 5급 이상 중앙 공무원 모임인 ‘영포회’가 주요 역할을 했다.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는 개발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자 영포회 소속 브로커를 통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소개받았다.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은 이 전 대표로부터 인허가를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각각 8억원과 1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대표는 또 이들을 통해 서울시를 상대로 로비를 하거나 압력을 넣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중 정부의 대표적 권력형 비리 사건인 ‘이용호 게이트’의 경우 광주 인맥이 문제가 됐다. 이용호 전 G&G그룹 회장이 재경광주상고 동문회인 ‘산우회’를 통해 만난 호남 출신 국가정보원, 금감원, 검찰, 경찰 등 정ㆍ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한 의혹이 제기됐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 씨는 이 전 회장으로부터 보물선 발굴사업 관련 청탁과 함께 47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며 당시 신승남 검찰총장이 낙마하기도 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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