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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서 두 사람 몫”…어린이날이 더 서글픈 한부모 가정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이번 어린이날에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 뮤지컬을 보고 싶었는데, 금전적으로 빠듯해서 교회라도 데리고 가야하나 고민이에요”

경기도 수원의 자택에서 만난 미혼모 김지희(23ㆍ가명) 씨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작년에는 그래도 아이를 데리고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지만, 올해 김 씨는 금전적 여유는 물론 심적 여유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틀 뒤부터 생계 유지와 경제적 자립 등의 일환으로 미혼모를 대상으로 직업 훈련 등을 돕는 ‘캥거루 스토어’에서 일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날도 매장운영 교육을 받기 위해 수원서 서울까지 다녀와야만 했다.

아이에게 신경쓰기 어려워질수록 ‘남편’이 아닌 ‘아이 아빠’의 빈자리는 크게 와닿는다.

엄마의 이런 속상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5살 난 김 씨의 딸은 시종 천진난만한 얼굴로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가정의 달’ 5월, 홀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정’의 한숨 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37만 가구이던 한부모가구 수는 2010년 159만4000가구, 2014년 174만9000가구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전체 가구에서 한부모가구가 차지하는 비율도 2005년 8.6%에서 2014년 9.4%로 높아졌다.


한부모가구 가장은 생계에 육아 문제까지 두 사람 몫을 혼자서 책임져야만 하는 상황에서 줄을 잇는 ‘가족 행사’가 달갑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교육의 일환으로 가족사진을 가져오라는 어린이집, 혼자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 따가운 눈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등도 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

실제로 김 씨는 여성가족부와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마련해준 수원의 임대주택에 이사오기 전까지 아이와 함께 동네 놀이터를 나간 적이 거의 없다.

아직 20대 초반, 앳된 티를 벗지 못한 김 씨가 5살 된 아이 손을 붙잡고 나가는 날엔 아이 또래의 엄마들이 자신과 아이를 ‘묘한 눈’으로 쳐다봤기 때문이다.

김 씨는 “딸한테 ‘놀이터 가자’고 말하는 날엔, 외려 아이가 신기해했을 정도였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가슴 아픈 일은 또 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을 앞두고 얼마 전 어린이집에서 원생들에게 가족사진과 부모님 결혼 사진을 가져오라고 한 것이다.

김 씨는 “가족 사진이야 애 외삼촌과 외할아버지랑 같이 찍어 보내도 되지만, 애 아빠랑 결혼식도 치르지 못하고 헤어졌다”며, “무슨 수로 결혼 사진을 보내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30대 심모 씨도 김 씨와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이혼을 한 심 씨는 올해 아이와 처음으로 가정의 달을 맞게 됐다.

하지만 그는 어린이날을 집에서 보낼 예정이다. 놀이공원에 데려가고 싶어도, 아이가 아빠가 없다는 사실에 주눅이 들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심 씨는 “실은 아이보단 내 자격지심 때문에 나가지 못하는 게 더 큰 것 같다”면서, “어버이날엔 어린이집에서 분명 카네이션을 두 개나 만들어 올 텐데, 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미어진다”고 울음을 삼켰다.

일부 직장인 싱글맘들은 어린이날에도 일을 쉬지 못해 걱정이 한 보따리다. 아이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당장 누구한테 아이를 맡겨야 할지 막막하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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