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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원호연]외환 노조의‘북핵협상’식 대화법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갈등이 지리멸렬한 북핵 6자회담을 닮아가고 있다. “외환은행의 5년 독립경영을 보장하지 않는 한 어떤 논의도 할 수 없다”는 외환은행 노조의 완고함은 협상 자체가 무산되는 이유다. 지난 29일 하나금융그룹은 조기통합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2.17 합의에 대한 수정안을 제시했다. 앞서 20일 외환노조 측이 “구체적인 수정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한데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정작 외환노조는 수정안에 대해 “외환은행의 5년 독립법인유지를 명시한 2.17 합의서를 폐기한 안”이라며 ”하나금융그룹이 수정안 제시에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5년으로 규정된 외환은행 독립경영 기간의 단축은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이다. 따라서 하나금융그룹의 수정안 역시 이를 단축시키는 대신 외환은행과 그 종사자들에게 반대 급부를 제공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2.17 합의를 폐기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협상 자체를 안하겠다는 얘기다.

물론 노조입장에서 당장 9월에 조기 통합을 완료하자고 알려진 하나금융 측의 제안이 지나치게 조급해 보일수도 있다. 혹은 하나금융 측이 제시한 반대급부가 외환은행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고용승계를 보장받으려는 노조의 기본 방침에 미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불만은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하나금융 측은 협상 초기에 자신의 요구의 최대치를 제시하는 기본 상식에 따랐을 뿐이다. 노조는 협상테이블에서 최대의 요구안을 제시할 수 있고 양측이 대화를 통해 그 간극을 서로 좁혀가는 것이 협상의 기본이다. 이같은 협상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채 ‘5년 독립경영’ 조항만 붙들고 있는 것은 ‘핵 주권’에 매달리는 북한과 다를 바가 없다.

혹여나 외환 노조 측이 이달 15일로 예정된 2차 법원 심의까지 시간을 끌면 유리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믿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심의에서 6월 말까지 조기 통합을 중단하라는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분명히 “어느 쪽이 대화를 더 열심히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수정안을 제시한 하나금융그룹과 이를 반송한 외환노조, 둘 중 어느 쪽이 대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재판부가 판단할지는 명확하다. why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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