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EXID특집②] EXID '하니', 성공의 발판은 그 '직캠'이 전부였을까

[ 헤럴드 H스포츠=김주현기자 ] 철학자 아도르노가 대중음악을 '수용자가 별 다른 수고를 들이지 않고 듣는 음악'이라고 정의한 것처럼, 대중음악의 많은 수용자들이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의 일부를 듣고 음악을 이해한다고 착각한다는 점에서 그의 지적은 어느 정도 타당해보인다. 흘러나오는 몇 구절의 멜로디로 그 노래를 판단해버리는 시대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음반 제작자들은 '후크송'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미리듣기 서비스로 제공되는 1분 내에 그 노래의 완전체를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EXID `위아래` 앨범 커버

EXID의 '하니'는 그녀들의 히트곡 '위아래'를 이런 정의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대중음악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중심에는 '직캠'이 있었다. 듣는 음악을 보는 음악으로 만들어버린 그녀의 표정과 몸짓은 어쩌면 예전부터 '직캠 여신'이 될 운명을 예고하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역주행'을 그녀의 연관검색어로 만들어버린 '하니'의 저력이 세상에 처음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하니'의 직캠 신화는 단순히 EXID의 성공신화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녀가 단순히 '야하기만' 했다면 그 직캠이 이렇게 화제가 됐을까?'라는 근본적인 물음부터 시작해보자. 이미 선정성 논란을 일으킨 여러 걸그룹이 있었고, 그 걸그룹 역시 어디선가 공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야해서' 하니의 인기가 솟구쳤다면 그 전에 그 걸그룹들이 모두 성공궤도를 달리고 있어야 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하니'라는 보석이 발견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무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했기 때문인 것이다. '하니'의 그 직캠 안에서만큼은 어떤 무대라도 씹어먹을 듯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카리스마 뒤에는 무명생활을 겪고 있는 힘든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한 동작 한 동작 최선을 다하는 열정이 숨겨져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언젠가 빛을 발할 보석이 되기 위해 매번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열정이 오늘날의 하니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섹시를 내세운 '위아래'로 활동하면서도 그녀의 이미지가 고급스럽고 우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정환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엄격한 집안에서 교육 받은 것으로 알려진 그녀의 어투와 어휘를 주목할 만하다.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서장훈이 하니에게 '어투가 고급스럽다'고 칭찬한 것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 중국에서 공부를 하고 왔을 정도로 상당한 엘리트 집안에서 자라온 그녀에게 '무명생활'은 지금에서야 돌이켜 보면 그녀가 무대 한 곳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지, 또 그러한 무대에서 품격을 잃지 않고 매순간 최선을 다하며 '섹시'로 떠서 '섹시'로 지는 걸그룹이 아닌, '섹시'로 떠서 '열정'으로 자리잡는 걸그룹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지금의 `하니`를 만든 직캠 캡처 ⓒ하니 직캠 사진 캡처

'직캠'이 신의 한 수였다면 신이 그 수를 두기 전에 그녀가 먼저 노력을 했다고 정리하면 될까. '역주행'이라는 단어의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그녀의 이름은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을 하나의 신화로 남겠지만, 그 역사의 중심에 서있는 그녀는 아마 책임감이 막중할 것이다. 알다시피 2014년 겨울은 '미생'으로 뜨거웠다. 미생인 처지에 슬퍼하며 도약하기를 꿈꾸는 'EXID의 무명시절' 같은 걸그룹들은 하니를 롤모델로 삼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롤모델은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다만 하니는 지금까지 잘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부담감마저도 '무대를 씹어버릴 카리스마'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MC로 활약하고 있는 `어 스타일 포 유`에서 털털한 매력을 뽐내는 `하니` ⓒKBS

하니는 지금 방송가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게스트부터 고정MC까지 예능 프로그램을 누비며 그녀의 존재감을 곳곳에 표현하는 중이다. 반짝 '대세'라면 몇 번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그쳤겠지만, 그녀가 보여줄 매력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방송가도, 시청자도 모두 그녀를 원하고 있다. 털털하고 진정성 있는 그녀의 모습은 무대에서의 카리스마와 사뭇 다르지만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고 즐거워 우리를 기쁘게 만든다. 그래서 하니, 그리고 EXID의 더욱 힘찬 날갯짓을 기원한다.

byyym3608@naver.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