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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간 앞치마’가 통했다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결국 ‘빨간 앞치마’가 통했다.

4ㆍ29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을 집어삼킬 것 같았던 ‘성완종 파문’은 의외로 잔잔했다. 새누리당의 ‘지역일꾼론’은 ‘성완종 파문’이란 거센 파도를 막아내는 든든한 방파제 노릇을 했다.

새누리당에겐 재보선 레이스의 시작과 끝이 모두 ‘빨간 앞치마’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말 공약발표회에서 빨간 앞치마와 두건을 두른 ‘새줌마’ 모습으로 나타나 이목을 끌었다. 이후 ‘빨간 앞치마’는 새누리당의 재보선 상징물이 됐다. 김 대표는 ‘무대(무성대장)’란 별명에 걸맞지 않게 빨간 앞치마를 걸치고 강화 석모도에서는 손수 매운탕을 끓여내기도 했다.

재보선 이튿날 김 대표는 당선인들에게 빨간 앞치마 등이 담긴 선물을 건네면서 “지역 일꾼으로 열심히 뛰겠다는 초심을 절대로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새누리당이 ‘새줌마’란 친근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동안에 새정치연합은 ‘유능한 경제 정당’이란 실체 없는 이미지 쌓기레 열중했다.

게다가 새누리당의 슬로건은 서민들의 욕망을 정확히 겨누고 있었다. “길이 뚫린다. 물길이 열린다. 땅값이 오른다” 강화도에 내걸린 새누리당 후보의 현수막 슬로건은 손에 잡힐 듯 구체적이었다. 반면 “부정부패를 몰아내겠다”,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야당의 구호는 갈수록 공허했다.

물론 새누리당의 ‘지역일꾼론’을 한 꺼풀만 벗겨보면 집권당 프리미엄에 기댄 ‘선심성 공약’이랄 수도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으로 배정해 ‘예산폭탄’을 약속한다거나 ‘보직 백지수표’를 내준다거나 모두 당선 인센티브를 내건 득표전술이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적어도 새누리당 만큼 민심에 가까이 다가가지도 귀를 기울이지도 못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의 지갑을 지켜드리겠다’고 했지만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지켜주겠다는 것인지 국민들은 실감하지 못했다. 게다가 성완종 리스트가 불거진 뒤 ‘유능한 경제 정당’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어떤 호재를 만나도 ‘선거에 지는 정당’, ‘불임정당’이란 비아냥을 듣고 있다. 선거에서 이기는 법만큼은 새누리당으로부터 배워야한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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