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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 ‘제2의 이정현’은 없었다
與 정승 후보 대대적 지원사격 불구…쓰레기 발언으로 호남소외의식 역풍
이번 광주 서을 재보궐선거에서 ‘제2의 이정현’은 없었다. 제1야당 후보도 선택받지 못했지만 광주 서을이 선택한 주인공은 무소속 천정배 후보였다. 천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52.37%였다. 새누리당의 정승 후보는 11.07%를 얻는데 그쳐 새정치민주연합 조영택 후보(29.8%)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정 후보의 득표율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이 지역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의 득표율 39.7%에 한참 못 미쳤다.

새누리당은 광주 서을에 전 식약처장인 정승 후보를 내세우며 ‘제2의 이정현’ 바람몰이에 나섰다. 특히 전남 순천ㆍ곡성을 지역구로 둔 이정현 최고위원이 직접 나서 정 전 식약처장을 후보로 영입하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7ㆍ30 재보선에서 이 최고위원이 거둔 승리를 이어가 광주에서 ‘제2의 이정현’을 노려본다는 계획이었다. 게다가 천정배 전 장관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광주 서을에 출마하자 새누리당은 여권 난립으로 인한 ‘어부지리’도 꾀해볼 만했다.

선거운동의 막이 오르며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도 정 후보를 위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 대표는 직접 광주 지원 유세에 나서 정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당 최고위원에 지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새누리당은 또 집권여당의 프리미엄을 적극 활용해 ‘예산폭탄론’을 내세웠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광주 서구을 지역구에서 정승 후보가 당선되면 “직ㆍ간접적으로 1조원의 기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정 후보는 “광주 서구에 1조원 이상의 국고를 투입, 3조원이 넘는 경제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는 후보는 정승 뿐”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또 광주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며 되레 지역 현안은 등한시됐다며 지역을 챙기는 ‘예산 불독’을 자처했다.

하지만 지원 유세 과정에서 일부 잡음도 있었다. 이 최고위원은 지원 유세에서 자신을 ‘광주가 버린 쓰레기’로 비유해 논란이 일었다. 김 대표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뒤 ‘호남 총리론’을 언급했다가 ‘선거용’ 아니냐는 의구심 어린 시선에 직면해야 했다. 결국 ‘지역일꾼론’을 앞세워 숙원사업 해결을 약속하는 ‘예산폭탄론‘은 광주에서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광주가 워낙 여당 불모지기도 하고 ‘광주가 버린 쓰레기’, ‘호남 총리’ 발언이 진의와는 다르게 지역 주민들의 오해를 사면서 비판 민심을 산 것 같다”고 말했다. 선거용 멘트로 환심을 사려다 뿌리 깊은 호남인들의 소외의식을 건드렸다는 분석이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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