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의 재보선 승리를 계기로 여권의 힘의 무게추가 청와대에서 당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무성 대표는 29일 밤 재보선 승리를 확정 지은 후 기자들과 만나 “당과 청와대는 한 몸이다. 어디서 주도권을 잡느냐는 틀린 이야기”라며 당청간 역학관계 계산을 경계했다. 김 대표는 “지금보다 더 긴밀한 당청관계를 유지하면서 공무원 연금개혁 꼭 성공시키겠다”며 당청간 유기적 협력을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안팎의 시각은 다르다. 성완종 파문을 정면돌파하며 재보선 승리를 견인한 동력이 김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비박계 지도부의 위기관리 능력에서 나왔다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보선 승리를 계기로 당내 친박계의 위상이 급전직하할 것이라는 일각의 목소리도 이와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성완종 리스트에 친박 핵심 실세들의 이름이 오르내린 가운데, 비박계가 전면에 나서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냈다”며 “친박계의 목소리가 쏙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여당 입장에서는 이번 승리로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된 것에 비례해 그 책임 또한 막중해졌다. 당장 국회 안팎으로 눈앞에 놓인 현안들이 켜켜이 쌓인 탓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공무원연금 등 4대 구조개혁과 함께 경제살리기 법안의 국회 처리에 발벗고 나서야 할 상황이다.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정국 주도권이 청와대에서 당으로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새누리당이 국정현안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4월 국회 최대현안인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적연금 강화 연계를 주장하고 있는 공무원단체와 야당의 반발로 국회 특위내 처리시한을 사흘 앞둔 현재까지 처리 여부가 안갯속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다음 달 2일 특위에서 처리하고 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던 합의를 뒤집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공무원연금 개혁을 반대하는 것은 국민의 요구를 거역하는 것이다. 공무원 표만 생각해선 안된다”며 야당의 협력을 강하게 압박했다.
여기에 ‘여당의 승리가 아닌 야당의 패배’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새정치민주연합이 현안 논의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미지수다.
이같은 전망에 한 여당 중진의원은 “이번 여당의 승리를 마냥 기쁘게 바라볼 수 만은 없다”고 평가했다. 야당의 치명적인 패배로 인해 여야간 견제와 협력으로 굴러가야 할 의회정치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새정치연합이 야권 분열로 인한 참패로 당내 수습에 여념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국정 현안을 제대로 협의할 여력이 있겠나”라며 “거기다 다음 주 야당 원내대표 교체도 예정돼 있는 것도 솔직히 걱정”라며 공무원연금 개혁이 난항을 겪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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