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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가정의 달, 아이와 함께 읽는 반전있는 책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우리 민족이 즐겨 부르는 ‘고향의 봄‘은 이원수 시인이 15살에 ‘어린이’지에 발표했던 동시다. 살구꽃, 복숭아꽃, 진달래 피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소박한 동시는 우리 안에 깔려있는 향토적 정서를 일깨운다. 동시는 문학 중에서도 가장 홀대 받는 분야로 출판사에서 출간을 꺼려 자비로 시집을 내는 일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시인들은 동시로 노래하길 즐겨했다. 아이의 눈은 직관적이어서 일상의 시선을 뒤집는 전복과 반전이 있다. 전 세대가 향유할 수 있다는 점도 동시의 매력. 김용희 아동문학평론가는 “시심의 근원은 동심이고, 동시는 문학의 모유(母乳)“라고 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발간된 동시와 이야기책을 골라봤다.

최승호 시인의 동시가 어른과 아이가 함께 부를 수 있는 랩 동요집으로 나왔다. 가수 뮤지가 곡을 쓰고 여성듀오 제이레빗, 포크 듀오 옥상 달빛, 레인보우의 지숙, 스윗소로우의 김영우 등 내로라 하는 가수들이 노래했다.(그림은 이중섭의 ‘가족’)


▶동시의 새로운 발견=”밥상을 들고 나간 자리에/밥풀 하나가 오도마니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바깥을 나가려던 참에 다시 되돌아보아도/밥풀은 흰 성자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앉았다.”(권영상 동시선집 중 ‘밥풀’)

“여기저기서 단풍닢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떠러진다. 단풍닢 떠러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무가지 우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이 하늘을 드려다보려면 눈섭에 파란 물감이 든다.”(정지용 윤동주 동시선집 중 윤동주의 ‘소년’) 
한국동시문학선집 100/지식을만드는지식

1908년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이후 100년 동안 나온 시인의 작품을 선집으로 골라 묶은 ’한국동시문학선집 100’(지식을 만드는지식)은 국내 동시작가 111명이 총망라됐다. 개별작가의 선집 100권으로 구성된 대규모 총서로 한국아동문학의 완벽한 총정리인 셈이다. ‘퐁당퐁당’의 윤석중, ‘반달’의 윤극영, ‘섬집 아기’의 한인현, ‘초록바다’의 박경종, ‘산토끼’의 이일래 등 노래로만 알던 원작 동요의 작자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정지용의 ‘해바라기 씨’, 윤동주의 ‘소년’, 박목월의 ‘여우비’, 오규원의 ‘방’ 등의 동시와 월북 동요시인 강승한의 ‘병아리’, 윤복진의 ‘팔려가는 우리 황소’ 등의 동요 동시도 포함됐다. 지금은 절판돼 구할 수 없는 작고 시인 김삼진, 김영일, 김원기, 박경종, 석용원, 윤부현, 이응창, 이일래 등의 작품도 살려냈다.

‘말놀이 동시집’과 ‘말놀이 동요집’으로 잘 알려진 최승호 시인의 ‘랩동요집’(중앙북스)은 동시의 새로운 진화다.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인 뮤지와 함께 작업한 이 동요집에는 개그맨 유세윤, 김지민, 제이레빗, 옥상달빛 등 유명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했다. 기존의 서정적이고 착한 감성의 동요와 힙합, 탱고, 삼바, 컨트리, 재즈 등 새로운 시도의 다양한 곡들로 구성돼 있다. 
랩동요집/최승호 시ㆍ뮤지 곡ㆍ오정택 그림

유세윤이 부른 ‘쇠똥구리’는 거침없는 말과 신나는 리듬이 숨가쁘다. 어른들도 즐겨 들을 수 있는 비트있는 랩과 어우러진 재치넘치는 가사가 재미있다.

▶반전있는 그림책=아이들은 흔히 죽음에서 차단되고 보호된다. 장례식장에서도 어린이를 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심지어 거추장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할아버지 안녕’(학고재)은 죽음은 동심과 무관한 것, 가능한 한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라 성장에 좋은 것, 가족의 일원으로 마땅히 알아야 할 것으로 소개한다. 
할아버지 안녕/김병규 글ㆍ원유미 그림/학고재

어린 종수와 종지 남매는 부모님과 함께 시골로 가는 기차를 탄다. 그런데 평소 놀러가는 분위기와 조금 다르다. 도착해보니 할아버지 만물상 가게는 닫혀 있다. 할아버지는 누워 계시고 친척들이 빙 둘러앉아 있다. 어린 종수가 보기에 뭔가 낯설다. 할아버지는 남매를 보시곤 희미한 미소를 지으시더니 눈을 감는다. 장례 절차가 진행되는 모습을 종수의 눈을 따라 펼쳐 나가는 이야기는 우리의 장례 절차 속에 담긴 감사와 섬김의 정신, 슬픔을 나누는 예의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특히 1970년대 풍경을 무대로 펼쳐지는 목판 위에 나뭇결을 살려 그린 정겨운 추억의 그림들은 가족들이 함께 보며 추억을 나누기에 좋다.
똥방패/이정록 글ㆍ강경수 그림/창비

20여년 관록의 이정록 시인이 처음으로 낸 그림책 ‘똥방패’(창비)는 자연과 어린이에 대한 시인 특유의 애정과 재치있는 입담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작은 애벌레인 ‘똥벌레’는 천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몸에 똥을 누어 ‘똥방패’를 만든다. 밤새 내린 소나기에 똥방패가 벗겨진 애벌레 한 마리. 일찍 깬 곤즐박이의 밥이 되려는 순간, 친구들이 그의 몸에 제각각 개성있는 똥을 누워 똥방패를 구축,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더럽게 여기는 똥이 우정과 생명을 지키는 보호막인 것이다. 눈에 보일락 말락한 작은 생물의 생태와 나눔과 우정의 소중함까지 들려주는 위트있는 그림책이다. 그림은 개성있는 화풍으로 사랑받는 라가치 상 수상작가 강경수가 맡았다. 캐릭터들을 발랄하고 사랑스럽게 표현해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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