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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요즘은 어떠하십니까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바람처럼 오셨다가 많은 가르침을 주고 가셨습니다. 일평생 마음 놓고 제 투정을 선생님 앞에 지껄일 수 있었습니다.”(권정생)

“동화 한편 보내주시면 상경하는 길에 잡지에 싣게 되도록 하겠습니다. 협회 기관지에는 고료가 없기 때문에 신문이나 다른 잡지에 싣고록 하고 싶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작품을 참으로 귀하고 값있는 것으로 아끼고 싶습니다.”(이오덕)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이오덕 ㆍ권정생 지음/양철북

1973년 1월18일 아동문학가이자 교육자 이오덕은 안동 일직교회 문간방에 혼자 살고 있는 권정생을 찾았다. 겨울날 해거름에 찾아온 손님, 이오덕은 마흔아홉이었고 권정생은 서른일곱이었다. 그렇게 만난 둘은 이후 30년 동안 편지로 소소한 안부와 문학과 세상에 대한 생각, 일상 이야기를 전하며 함께 했다.

이오덕과 권정생의 편지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게 어떠해야 하는지 교본처럼 보여준다. 가난하고 착한, 좋은 글을 쓰는 후배를 챙기는 큰형 같은 이오덕의 마음에 어쩔 줄 모르고 고마워하면서 보리밥에 고무신이면 족하다는 맑은 마음과 문학에의 뜨거움을 지닌 권정생의 간절함에 숙연해질 정도다. 열흘 정도 앓다가 이오덕에게 안부를 전하며 어머니가 무쳐주신 무생채와 찹쌀을 넣고 끓인 닭고움국이 한 주발 먹고 싶다고 말해놓고는 “강철같은 굳은 마음이 못되어 쓸데 없는 생각이 든다”고 자책하는 여린 권정생에 이오덕은 기댈 언덕이었다.

이오덕이 타계한지 12년, 권정생이 뒤따라 간 지 8년이 지났다. 책에는 1973년 1월부터 2002년 11월까지 주고 받은 편지와 2003년 이오덕이 돌아가시기 전에 권정생을 생각하며 쓴 시, 이오덕이 돌아가신 뒤 권정생이 이오덕을 생각하며 쓴 글이 들어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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