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베일 싸인‘비밀장부’…成게이트 한 방에 끝낼 열쇠
출범 보름넘긴 檢, 재보선前 확보 총력전
“꼼꼼한 성격 成, 따로 관리했을 것”중론
일부 확보한 다이어리 등 단서로는 미흡
확보시 증거능력 인정받아야 …보완 필수
과거사건서도 실체 못밝혀 미궁 빠지기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금품로비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은 ‘4.29 재보선’ 직후 본격적인 정치인 소환을 앞두고 ‘비밀장부’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은 세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을 통해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와 회계장부 일부를 확보했지만, 정치권 로비 의혹을 한 방에 규명할 결정적인 단서인 비밀장부는 손에 넣지 못했다.

뇌물 공여자가 사망한 뇌물수수 사건 수사에서 비밀장부는 사건의 전모를 보여주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성 전 회장의 최측근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현 상황에서 비밀장부라는 마지막 퍼즐만 맞춰지면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베일싸인 비밀장부…확보시 증거능력은?=생전 성 전 회장은 매우 꼼꼼한 성격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정표를 10분 단위로 관리하고 중요한 인물은 따로 표시했던 습관에 비춰보면 정ㆍ관계 주요 인사에 대한 로비장부도 따로 관리했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수뢰자별로 돈을 건넨 시간과 장소, 금액 등을 자세히 적어놨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구속된 성 전 회장의 최측근인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와 수행비서 이용기(43) 씨가 비밀장부에 대해 모른다고 잡아떼고 있는 것도 비밀장부가 발견됐을 때 그 파괴력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수사팀도 이들에게 비밀장부를 빼돌린 혐의를 추가 적용하고 매일 강도높은 조사를 진행중이다.

비밀장부가 확보되더라도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지는 또다른 문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원 진술자가 사망한 경우 메모나 진술서가 ‘특신상태’(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됐다는 점이 인정돼야 증거 능력을 갖는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진술자가 어떤 목적을 갖고 장부를 남겼는 지 확인 불가능하다”면서 “또 특신상태라는 게 해당 재판부 결정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비밀장부에 기록된 내용을 입증해 줄 증인이나 계좌 내역 등 ‘보완증거’를 뒷받침하는 게 필수적이다.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비밀장부가 유죄 판결을 이끌어낼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면서 “금품을 건넨 현장에 같이 간 증인이나 그 장면을 목격한 제3자의 진술을 받아 보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검찰 출신인 정태원 변호사도 “증거능력과 증명력은 다르다”면서 “금품을 받은 사람의 진술이나 계좌내역 등 여러 정황 증거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태우부터 김형식까지…과거사례는=과거 정국을 요동치게 만든 뇌물수수 사건에서 비밀장부는 의혹 규명의 열쇠 역할을 해냈다. 사건에 연루된 이들의 유ㆍ무죄를 판가름하는 결정적 단서가 되기도 했다.

‘단군 이래 최대 의혹’이라는 1991년 수서 비리 사건에선 정태수 당시 한보그룹 회장이 청와대 관계자와 국회의원 등 정ㆍ관계 유력 인사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뿌린 것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비자금 장부의 실체를 끝내 밝혀내지 못했고 결국, 정 전 회장과 국회의원 5명을 구속하는 데 그쳐야 했다.

1995년 35개 재벌그룹으로부터 2800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노태우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이현우 청와대 경호실장과 함께 비자금 장부 4권을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비밀장부의 존재에 대해 스스로 언급해 큰 파장을 낳았다. 당시 사라진 4권의 비자금 장부의 소재는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삼성그룹의 ‘비밀금고’ 역시 그 존재가 베일에 싸여있다.삼성 법무팀장을 지낸 김 변호사는 2007년 삼성 비자금 문제를 제기하며 본관 27층에 비밀금고가 있으며 그 안에 비자금으로 사용되는 현금과 각종 상품권, 유가증권이 보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검찰 특별수사ㆍ감찰본부와 특검까지 달려들었지만 비밀금고를 찾아내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지난해 김형식 전 서울시의원의 ‘재력가 살인교사’ 사건에서도 정ㆍ관계 로비 비밀장부가 등장했다.

김 전 의원이 청부 살해한 재력가 송모 씨의 금고에서 금품 제공 일지인 ‘매일기록부’가 발견되면서다. 송 씨는 A4 용지 크기 노트 한 권에 20여년 간 매일 자신이 만난 사람과 날짜, 이들에게 지출한 금품 내역 등을 꼼꼼하게 적었다.여기엔 김 전 의원이 20여회 언급된 것 외에도 다른 정치인과 공무원 10여명의 이름이 등장해 검찰 수사가 확대됐다. 하지만 검찰은 매일기록부 외에 계좌내역 등 다른 증거가 나온 김 전 의원에 대해서만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강승연ㆍ김진원 기자/spa@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