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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직무관련 의원 해당 상임위서 원천 배제해야
공직자윤리법에 규정된 ‘주식백지신탁제도’가 적어도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제도는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가 재직시 사적 이익을 위한 정책 입안이나 법을 만들지 못하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국회의원의 경우 본인 또는 가족이 보유한 주식과 직무 관련성이 있는 상임위를 맡게되면 주식을 신탁하고, 60일 이내에 매각해야 한다. 그런데 19대 국회 출범 이후 주식을 백지신탁한 의원 7명 가운데 지금까지 매각이 성사된 건 한 건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사업체를 소유한 의원들이 소관 상임위에서 버젓히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해당 기업에 막대한 특혜나 이익을 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공익과 사익간의 이해 충돌 방지라는 제도 취지가 완전 무색하게 됐다.

실제 그런 사례가 있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2012년 총선에서 당선된 후 지난해 6월 의원직을 잃을 때까지 2년 동안 금융기관을 관할하는 정무위에서 활동하며 온갖 특혜를 누렸다. 금융당국을 압박해 은행에서 거액을 대출받았고, 채권단을 움직여 무상감자 없는 출자전환 등 부당한 지원을 받아 기업 명줄을 이어 나갔다. 그가 정무위원으로 있을 당시 백지신탁심사위에서 경남기업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할 것을 요구했지만 성 전 회장은 행정소송으로 버티며 시간을 끌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런 불합리가 판을 치는 건 제도 자체가 엉성하기 때문이다. 우선 신탁한 주식이 비상장 상태면 매각이 쉽지 않다.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라이스텍 주식을 맡긴지 3년이 다 됐지만 여태 한 주도 팔리지 않았다. 주식을 백지신탁한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처분 기한을 넘겨도 무한정 연장이 가능하고, 백지신탁을 거부해도 달리 제재할 수단이 없다. 그나마 국회에 들어오기 전에 주식과 기업 경영을 다른 사람에게 위탁하면 속수무책이다.

유능한 기업인의 정계 진출은 언제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의원 배지가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수단이 돼선 안된다. 제도 보완이 시급한 이유다. 그러나 상식과 윤리적 잣대로 보면 얼마든지 이해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 직무 관련성이 있는 상임위는 아예 배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철저히 지키면 그만 아닌가. 법과 제도를 따지기 이전에 정치인 스스로 양심에 따라 오해받는 일이 없도록 처신하자는 것이다. 그런 정도의 절제력이 없는 정치인이라면 국민들이 솎아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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