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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기업, 기둥 뿌리까지 뽑아서 주가부양(?)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미국 기업들의 올 해 주주환원 정도가 영업이익으로 벌어들인 돈 보다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주주 배 불려주느라 기업의 기둥뿌리까지 뽑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올들어 계속 증가해, 자칫 올 한해 영업이익 규모를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작년 5500억 달러다. 이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 소속 기업들로 압축하면 영업이익의 평균 95%를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 사용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올 해는 이같은 추세가 더욱 더해져 이미 지난 2월 자사주매입이 1040억 달러에 달하고, 연말까지는 사상 최초로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이 신문은 예상했다.

이론적으로는 기업이 미래 성장에 투자하기 위해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반대로 자금이 증시로 유출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작년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증시에 신규 유입된 자금은 850억 달러로 그쳐 자사주 매입 규모의 약 15%에 그쳤다.

기업들이 이처럼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달러 강세 등으로 기업 이익률이 하락하고 좋은 투자 기회도 점차 줄어들면서 실적, 즉 주당순이익(EPS)을 늘리기 위해 남은 길은 주식수를 줄이는 것밖에 없다는 게 FT의분석이다.

특히 최고경영자(CEO) 보수의 약 90%가 스톡옵션 등 주가와 연계돼 있어 경영진이 자신의 수입을 늘리기 위해 주가 부양에 매달리기도 한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하지만 많은 CEO들이 이런 식으로 한 몫 챙기는데 따른 그 비용은 사회가 감당하고 있다고 FT는 꼬집었다.

이른바 효율적 시장 가설 신봉자들은 ‘MSV’(주주 가치 극대화·Maximising Shareholder Value)를 좌우명으로 떠받들고 있지만, 실상 MSV는 ‘사회 가치 최소화’(Minimizing Social Value)의 약자로 봐야 한다고 그는 비꼬았다.

이처럼 자사주 매입이 도를 넘는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월가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S&P 500지수 소속 기업 최고경영자(CEO) 전원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 재계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종자 씨앗까지 먹어치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장기적 성장에 필수적인 혁신, 숙련된 노동력, 설비투자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주주환원에만 매달리는 단기주의적 경영자들이 늘어날수록 그 비용은 미래가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핑크 회장은 기업 경영자들이 주의 의무와 충성을 기울여야 할 대상은 그 회사 주식을 가진 모든 트레이더가 아니라 회사와 장기적 소유주들이라고 강조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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