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정 집사의 냥톡] 문 앞에 쥐 반토막…고양이의 보은(報恩) 왜?
[HOOC=정찬수 기자] TV 방송 프로그램에서 밤마다 목장갑을 집 앞에 두는 ‘야옹이’의 사연이 전파를 탄 적이 있습니다. 사연을 보낸 이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한 아주머니였습니다. 아주머니는 길고양이를 가엾게 여겨 종종 밥을 줬다고 합니다. 어느 날 야옹이가 아주머니의 집 앞에 사냥한 쥐를 둔 것이죠. 아주머니는 죽은 쥐를 보고 기겁을 하고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이를 본 야옹이는 다음 날부터 쥐 대신 목장갑을 물어왔습니다. 가져온 목장갑이 쌓이고 쌓여 이제 집 한구석을 가득 메우게 됐다고 하네요. 


일본 애니메이션 제목으로도 유명한 ‘고양이의 보은(報恩)’은 고양이가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보답을 뜻합니다. 자신에게 선의를 베푼 누군가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가능한 친절을 베푸는 것이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고양이들이 감사의 의미를 깨닫고 보답을 하는 건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동물적인 특성을 이해한다면, 고양이가 생각만큼 친절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혹자는 이 같은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겠지만 말이죠. 


TV 방송 프로그램에서 조언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야옹이’의 사연을 접한 한 동물병원장도 “자기를 보살펴 주던 사람에게 좋은 부분을 가져다주는 행위”라고 언급한 바 있죠. 방송용 멘트(?)라 할 수 하지만 고양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다릅니다. 메시비스트(Messy beast), 라 잠파(La Zampa), 캣츠 캐스터(Cats Caster) 등 고양이 관련 사이트에 글을 올리는 전문가들은 “고양이의 단순한 습성 때문”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좋아하는 감정은 가지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보답할 만큼의 복잡한 지능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고양이는 사냥 본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동물입니다. 사람과 친해지고 환경이 변한다 해도 선천적인 습성은 버릴 수 없습니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나 길고양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냥감을 발견하면 본능적으로 이를 잡게 되고, 사냥에 성공하면 일종의 ‘동물적 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 쾌감은 사냥이라는 하나의 행위를 지속하게 되는 ‘동기’가 됩니다. 집고양이들이 낚싯줄을 가지고 놀거나 비닐 뭉치를 가지고 노는 행위도 같은 맥락입니다. 놀이 자체가 사냥을 응용한 것이고, 이는 곧 쾌락으로 연결되기 때문이죠. 


고양이의 보은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길고양이를 예로 들어보면 더 이해가 빠릅니다. 배가 고프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롭게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냥감과 마주하게 되겠죠. 이 상황에서 사냥 본능이 발동되는 건 당연합니다. 고양이는 쾌락이란 순간적인 목적을 위해 사냥을 합니다. 배가 부른 상태의 고양이는 먹잇감을 버려두기도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안식처까지 가져올 가능성이 큽니다. 길고양이들의 안식처는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누군가가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곳이 될 수 있겠죠. 고양이에게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보다 큰 동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메시비스트의 운영자 사라 하트웰(Sarah Hartwell)은 “길고양이의 경우 자신이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곳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누군가가 호의를 베풀었다면 고양이는 그곳이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최적의 보금자리라고 여길 것”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보은은 보답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안전한 곳에 먹이를 두는 행위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주의도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고양이가 집 앞에 둔 먹잇감을 치우는 건 좋지만, 가져올 때 뺏으면 안된다”고 조언합니다. 어렵게 사냥해 얻은 먹잇감을 누군가가 뺏으려 한다면 공격신호로 간주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칭찬은 고양이를 춤추게 하겠지만, 호통이나 거부는 고양이가 불편한 장소로 여기는 계기로 작용하겠죠.

고양이는 귀엽지만 죽은 쥐가 영 불편하다면 어떡해야 할까요? 해답은 앞서 이야기한 동물적인 습성에 있습니다. 뺏으면 공격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고양이가 자리에 없을 때 조용히 치워야겠죠. 긍정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도 먹잇감을 치우는 것을 본다면 큰 배반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따뜻한 줄 알았던 ‘고양이의 보은’이 알고 보면 참 단순한 본능이 낳은 결과물이라는 사실에 실망하는 집사들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누리꾼이 고양이 커뮤니티에 남긴 말인데요. “집사, 너 따위에게 보답이란 없다.” 이처럼 독립적인 존재인 고양이를 잘 표현하는 말이 또 있을까요?

and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