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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ㆍ미 새 원자력협정, 韓 자율성ㆍ실익 확대
[헤럴드경제]22일 타결된 한ㆍ미 양국의 새 원자력협정은 전체적으로 미국의 비확산 원칙이라는 틀 내에서 한국의 원자력 현실에 필요한 자율성 확대를 다각적으로 모색한 결과로 분석된다.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 효율적 관리 ▷원전 연료 안정적 공급▷ 원전 수출 증진이라는 3대 협상 목표에서 우리의 높아진 원전 산업 위상에 요구되는 수준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 결과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신설될 한미 고위급위원회에서의 합의를 전제로 미국산 우라늄의 20% 미만 저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을 위해 한미가 공동 연구 중인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의 향후 추진 경로를 마련한 것이다.

미국이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국가와의 원자력협정에 넣은 농축·재처리 포기 조항,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가 이번 협정에 명시되지 않은 것도 눈에 띈다.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하는 일부 연구ㆍ개발 활동에 대해 종전 제약이 대폭 완화된점도 주목된다.

이번 협정을 통해 한국은 사용후핵연료의 안정적 관리 방안 모색과 직결된 연구·개발 공정, 즉 조사(照射)후시험과 전해환원을 자유롭게 수행할 ‘장기동의’를 확보했다.

조사후시험은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성을 띠는 물질의 특성 등을 확인해 데이터를 생산하는 공정이다. 이는 사용후핵연료의 저장 등 처리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데 기초가 되기 때문에 필요한 활동이라는 게 정부 내 평가다.

전해환원의 경우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으로 검토되는파이로프로세싱의 첫 단계 공정을 우리가 보유한 시설에서 직접 연구한다는 의미가 있다.

전해환원 단계에서는 플루토늄 등 민감한 핵물질 추출이 이뤄지지 않아 핵확산 우려가 없다는 평가다.

기존 협정 체제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잘라서 분석하는 등 이른바 형상·내용 변경을 할 때마다 건건이 미국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했다.

이는 형상·내용 변경을 한미가 ‘공동으로 결정’한다고 규정한 구협정 조항에 근거한 것으로, 통상 5년치 연구에 대해 한꺼번에 미리 동의를 받아왔다.

이전까지는 연구 일정이 미국의 동의에 얽매여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정책적 검토도 영향을 받았다면, 이제는 이런 부분이 상당히 해소된 것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1년 또는 5년짜리 동의를 허용받을 때 아주 세부적인 계획에서 조금이라도 달라지는 상황이 생기면 연구를 할수 없는 등 장애가 많았다”며 “그런 가시와 같은 요소를 제거했다”고 말했다.

우라늄 농축 문제를 비롯한 원전 연료의 공급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혹시 있을지모를 비상 상황에도 차질 없이 안정적 수급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취지가 반영됐다.

필요할 경우 일정한 절차·기준에 따라 고위급 협의 메커니즘을 통해 미국과 합의하면 20% 미만의 저농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연 것은 그 일환으로 분석된다.

새 협정으로 설립될 한미 간 상설 고위급(차관급) 위원회도 한국의 위상이 반영된 대표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미국이 다른 국가와 맺은 원자력협정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요소라는 점에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소위 말하는 골드 스탠더드를 적용하지 않게 된 것은 저희로선 매우 진전된 결과”라며 고위협의체는 “이번 협정이 가져온 새로운 발전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협정 개정으로 미국의 비확산 정책이 원칙적으로 변화된 것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앞으로의 이행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용후핵연료 연구·개발 제약이 일부 완화된 것은 해당 활동이 큰 틀에서 미국의 비확산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해정련 등 보다 민감한 공정이 포함된 전체 파이로프로세싱 활동에 대해서는 앞으로 한미 간 합의를 통해 추진할 수 있는 경로를 열어두는 데서 절충이 이뤄진 것도 비확산 차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20% 미만 저농축과 관련해서도 우리나라에 농축 시설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에 마련된 추진 경로가 당장 가질 수 있는 의미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저농축과 파이로프로세싱 추진에 이르기 위한 ‘기준과 절차’가 실제로는 제약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현행 협정에 없는 농축에 대한 규율메커니즘이 새롭게 생겼다는 우려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미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문제라는 어려운 숙제의 해결을 뒤로 미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능성의 불씨는 살려놨지만, 실제 현실화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예측가능하고 효과적으로 추진을 준비할 수 있게 할 우리의 필요를 미국도 인정하면서도, 당장 허용하기 어려운 국내법적 요소를 감안해 균형된 접근을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이런 절차와 경로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 하는 숙제는 남아있지만 우리가 잘 준비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돼 있다”고 강조했다.

onlinenews@herla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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