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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원자력, 42년만에 돌파구 열다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42년만에 한미원자력협정이 전면 개정됐다. 원자력은 핵안보, 전력산업, 원자력 기술 수출 등 정치와 사회, 산업계까지 파장을 미치는 분야다.

이미 원자력 강국으로 발돋움했지만 정작 40여년 전에 체결된 한미원자력협정은 한국의 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셌다.

새 협정은 한국의 위상을 제대로 반영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는 평가이다. 한미 양국 간의 협정에 국한되고, 또 주요한 결정에서 미국과의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건 남은 한계로 지적된다.

▶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새 지평 열다= 새롭게 타결된 한미원자력협정에는 우리 정부가 원자력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대거 포함됐다.

우선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이 들어갔다. 중간저장, 재처리, 재활용, 영구처분, 해외 위탁재처리 등 향후 다양한 방안으로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하는 방안이 들어갔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 우리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할지 확정짓지 못했다. 이를 고려해 다양한 방안을 모두 고려해 협정에 반영했다”고 전했다.

현재 보유 시설 내에서 미국산 사용후핵연료를 활용해 연구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사용후핵연료의 특성을 확인하는 조사후시험이나 사용후핵연료 재활용(파이로프로세싱) 기술 개발에 필요한 전해환원 등 사용후핵연료를 활용하는 연구활동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별도 동의 없이도 연구 개발을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건별 또는 5년 단위로 미국 측의 동의를 얻어야만 연구 개발이 가능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각종 제약을 풀고 연구 개발 활동에 있어 근거를 확보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농축 우라늄ㆍ방사성동위원소도 생산길 열려= 새 협정 내에선 저농축 우라늄이나 암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장래에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이 필요하게 되면 양국 고위급위원회를 통해 합의해 이를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지금까지 한국은 한미원자력협정에서 우라늄 농축 활동을 일절 금지하고 있어 현재 원전용 저농축우라늄을 전량 수입하고 있다. 미국은 저농축 우라늄이 핵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금지해왔다.

새 협정에 따라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도 가능하게 된다. 방사성동위원소는 암진단용으로 쓰이는데, 지금까진 전량 수입으로 의존해왔다.

암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는 현재 전 세계 5개국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반감기가 짧아 항공편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 때문에 운송비용이 비싸 환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자율적으로 생산하면 비용 문제가 크게 해소될 수 있고, 또 5개국밖에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국의 원자로가 노후화 등으로 폐쇄되면 수출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암환자는 125만명으로 추정된다.

▶고위급 협의체 명문화, 양자 원자력협정 최초= 새 협정에는 본문 외에 협정의 구체적인 이행에 대한 합의의사록 및 고위급위원회에 대한 합의의사록 등이 포함됐다. 특히 고위협의체가 명문화된 건, 전 세계 양자 원자력협정 중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은 상설 고위급위원회를 신설, 매년 정례적으로 이를 개최하게 된다.

산하에 ▷사용후핵연료 관리 ▷원전연료 안정적 공급 ▷원전수출 증진 ▷핵안보 등 4대 실무그룹을 운영한다. 향후 저농축 우라늄 등도 이 고위급위원회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큰 진전 이뤘지만, 성과와 한계= 무엇보다 한국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게 주된 성과로 꼽힌다. 협정 내 서문에는 ‘불가양의 권리(inalienable right)’란 표현이 포함됐다. 원자력을 평화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건 양보할 수 없는 권리란 뜻이다. 양국 간 원자력 협력 확대에 있어서 주권의 침해가 없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유효기간도 20년으로 크게 단축했다. 만료 2년 전에 연장거부를 통보하지 않으면 협정은 1회에 한해 5년 연장될 수 있고, 발효 17년이 되는 해에 양국이 연장 필요성을 논의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1년 전에 사전 통보만 하면 어느 때나 협정을 종료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협정을 종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원자력계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한계도 존재한다. 저농축 우라늄 개발 등에서 비록 길은 열렸지만, 미국과의 합의가 전제돼 있다. 사실상 미국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개발이 불가능하다. 길은 열렸지만, 길을 걷는 데엔 동의가 필요한 셈이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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