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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과거사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주미 日대사 “역대 담화 ‘전체로서’ 계승”…총리 美의회 연설서 모호한 표현 가능성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를 앞두고 과거사 발언이 도마 위로 올랐다.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대사는 “역대정권의 역사의식을 전체로서 계승한다”며 아베 총리 지원에 나섰다. 모호한 표현으로 면피용 사죄만 밝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사에 대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아베 총리가 이미 무라야마ㆍ고노 담화 등 역대 정권의 역사인식을 전체로서 계승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이는 매우 강력한 입장표명”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람들이 이런 부분 저런 부분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아베 총리는 전체로서 역대 담화를 계승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아베 총리가 오는 26일 방미 기간에 열릴 미 의회 연설에서 과거사 관련 발언을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관건은 발언에 들어갈 표현이다.

사사에 대사가 밝힌 ‘전체로서’라는 언급은 아베 총리가 이미 썼던 표현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서’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체로서’라는 표현은 기존 담화의 전체적인 기조를 유지하되 동북아 국가에 대한 사죄나 군 위안부에 대한 입장 등 세부사항까지 모두 동일할 필요는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때문에 ‘전체로서’라는 언급은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명확한 사과를 피하려는 모호한 표현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사사에 대사는 “아베 총리가 의회 연설에서 과거사 문제를 적절하게 다룰 것이며 걱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이 역사적으로 볼 때 매우 중요한 이웃국가이며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의 우방이자 동맹”이라며 “한일 관계는 비극적 시기를 포함해 역사적으로 항상 부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2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ㆍ아프리카 회의(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아베 총리는 과거 전쟁에 대한 반성과 아시아ㆍ아프리카의 미래상, 일본의 공헌 등을 주제로 5분간 연설할 예정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차대전에 대한 반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이지만, 식민지 지배나 침략에 대한 사죄는 거론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베 총리가 계승하려 한다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총리는 정작 아베 총리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비판에 나섰다. 공공연하게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사자인 무라야마 전 총리가 아베 총리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무라야마 전 총리는 지난 21일 도쿄에서 열린 강연에서 “(총리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 등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속에 있으니까 언급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며 “그런 점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 “(아베 총리는)왜 일본만 사죄를 해야 하는가라는 마음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95년 전후 50주년에 맞춰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담화에는 ‘식민지 지배’, ‘침략’. ‘통절한 사죄’ 등의 표현이 담겼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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