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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드리쿼 술시장 판도바꾸는 ‘女風’
[헤럴드경제=최남주 기자]#1. 패션회사에 근무하는 강석민(33ㆍ여)씨는 요즘 지인들과 술 자리를 가질 때 꼭 데킬라를 주문한다. ‘소주’나 ‘맥주’, ‘사케’ 등도 즐겨 마시지만, 최근에는 데킬라나 리큐르 등을 주문하는 빈도가 잦아졌다. 강씨는 “업무 특성 상 여성들끼리 모이는 술자리가 많은 편”이라며, “쓴 맛이나 높은 도수에 부담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 소주보다는 부담 없는 도수와 적당히 기분도 낼 수 있는 상큼한 맛과 향의 데킬라 칵테일을 즐겨 마신다”고 전했다.

#2. 대학생 조혜정(24ㆍ여)씨는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이 술이다. 동아리 또는 선배들과의 술 자리가 생기면 지레 겁부터 난다. 술을 한 모금이라도 마시면 얼굴이 붉게 물들며 실신하기 일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최근 저도주의 믹스 드링크, 칵테일 등에 흠뻑 빠졌다. 

조씨는 “예전에는 술 자리가 생기면 어떻게든 피하려고 했지만 최근에는 달콤한 퓨전 리큐르를 활용한 믹스 드링크를 마신다”며, “선호하는 음료를 믹스해 도수와 맛을 조절하며 지인들과 어울리다 보니 사회생활도 더 편해졌다”며 웃었다.

최근 주류시장에 부는 저도주 열풍을 등에 업고 데킬라, 보드카 등 하드리쿼가 주목받고 있다. 40도에 가까운 높은 도수의 데킬라, 보드카 등을 샷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음료들과 섞여 화려한 믹스 드링크로 변신하고 있다.

음주 문화가 무작정 취하는 것이 아니라, 술 자리의 분위기는 물론 다양한 맛과 향의 술을 즐기려는 여성들의 음주 문화가 독한 술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핑크색 컬러와 화려한 바틀 디자인으로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프리미엄 퓨전 리큐르 ‘엑스레이티드(X-RATED)’는 국내에 처음 출시된 2012년 이후, 전년까지 3년 만에 7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리큐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는 최근 3년간 보드카를 비롯한 하드리쿼 브랜드 중 가장 많은 성장을 기록한 수치다.

보드카를 베이스로 붉은 오렌지와 망고, 패션 후르츠 등을 더 해 달콤한 맛과 향을 자랑하는 ‘엑스레이티드’는 처음부터 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술이다.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 탄산수를 첨가하면 달콤한 맛과 향의 핑크빛이 감도는 스파클링 칵테일로 변신해 여성들이 많이 찾는 라운지 등지에서 여성용 퓨전 리큐르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전세계 데킬라 판매 1위 브랜드 ‘호세쿠엘보’ 역시 칵테일과 믹스 드링크에 최적화된 ‘호세쿠엘보 실버’를 지난 해 국내에 새롭게 선보이며 하드리쿼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호세쿠엘보 실버’는 최상의 블루 아가베를 증류한 그대로 어떠한 첨가물이나 숙성 과정 없이 그대로 병에 담은 순수한 데킬라이다.

‘데킬라는 독주’라는 기존의 편견을 완전히 깨버린 ‘호세쿠엘보 실버’는 스프라이트(사이다), 망고 혹은 오렌지 주스 등 선호하는 음료에 믹스하면 38도라는 높은 도수가 무색한 상큼한 맛과 향의 데킬라 칵테일로 즐길 수 있어 술을 잘 못 마시는 여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세계 최초의 허니 리큐르 ‘아메리칸 허니’도 최근 여성들의 술자리에 빠지지 않는 단골 손님이다.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위스키를 베이스로 수작업으로 가공된 아메리칸 꿀을 첨가해 위스키의 깊은 풍 미와 꿀의 달콤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음은 물론, 콜라나 맥주와 믹스하면 색다른 맛과 향의 칵테일로 재 탄생한다.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힙합 아티스트들의 공연과 클럽 파티 등에 활발한 스폰서 활동을 펼치며 젊은 여성층들의 파티 드링크로 새롭게 자리 잡았다.

여성들 사이에서 새롭게 부는 또 하나의 주류 트렌드는 낮은 알코올 도수의 맛있는 저도주 제품들이 인기몰이 중이다. ‘써머스비’, ‘와인크루저’ 등 최근 눈에 띄는 제품들은 모두 과일을 테마로 한 저도주이다. 이들 제품 모두 5도 안팎의 낮은 도수로 최근 유행했던 노랫말처럼 ‘술 인듯, 술 아닌, 술 같은 술’이라는 평가에 딱 들어맞으며 술이 약한 여성들을 중심으로 매출이 상승세다.

주류 브랜드뿐 아니라 전문적으로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호텔 바 등에서도 여성들을 배려한 프로모션이 눈에 띄고 있다. 동대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루프탑 바 ‘더 그리핀 바’에서는 여성들의 귀가 시간을 배려해 오후 6~9시까지 ‘호세쿠엘보’, ‘엑스레이티드’, ‘아메리칸 허니’ 등을 베이스로 한 ‘더 그리핀 바’의 시그니쳐 칵테일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해피아워’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포제이스리쿼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여성들의 술 소비량 증가와 저도주 트렌드 확산에 따라 그 동안 독주로 인식되어 오던 하드리쿼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데킬라, 리큐르 등의 본연의 맛은 살리면서도 다양한 음료를 믹스해 도수 조절은 물론 부담스럽지 않은 믹스 드링크와 칵테일 등의 인기는 한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alltax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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