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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타 500’, ‘수지-민호 열애’, 모든 이슈의 ‘증시화’…못말리는 증권가 상상력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지구가 멸망하는 원인을 묻는다. 천문학자는 소행성 충돌을, 종교인은 세상의 타락을, 군인은 3차 세계 대전을 지구 멸망의 원인으로 꼽는다. 소위 ‘직업적 편견’이다. 증권가도 마찬가지다. 사회 모든 이슈는 증권가에선 돈으로 환산되고, 지수에 반영된다. 때론 기발함이 넘치기도하고, 때론 억지 혐의가 짙기도 하다.

17일 장 개장 직후 ‘반기문 테마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보성파워텍은 4%가량, 에너지솔루션은 5%, 한창과 씨씨에스는 1~2%가량 하락한 채 출발했다. 장 시작 전 반기문 총장이 미국에서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고 그럴 여력도 없다”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대통령에 출마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들 종목들은 전날 크게 올랐다. 상승 소재가 사라진 종목의 주가는 추락하기 마련이다.

반기문 테마주가 다시 뜬 것은 성완종 리스트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언급됐던 탓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자신이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이 반 총장과 본인이 가까운 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죽은 이는 말이 없다. 그래도 주가는 출렁인다. 새누리당 내에서, 실제로 반 총장 대통령 만들기 작업이 있었다는 흔적이 발견된 것만으로도 증시는 꿈틀댄다.

사진=게티이미지

수없이 쏟아지는 ‘테마 조심’ 보도에도 정치테마주들이 때만 되면 기승을 부리는 것도 이유가 있다. 실제로 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대통령 수혜에 따라 기업이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했던 한국의 흑역사가, 정치 테마주들이 생생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 15일에는 광동제약 주가가 장 개장 직후 8% 넘게 급등했다. 당일 아침 언론 보도에서 ‘비타500’ 박스가 이완구 총리에게 돈이 전달될 때 돈을 담는 박스로 사용됐다고 알려진 탓이다. 정치 이슈의 ‘증시화’다. 기발한 상상력이다. 더 재밌는 것은 해당 보도 이후 비타500의 매출이 실제로 50%가량 늘어났다는 점이다. 증권가의 상상력이 홍보효과로, 그 효과가 다시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제 비타500 차량은 ‘현금 수송차량’으로 인식되고, 박카스가 만든 ‘풀려라 5천만’ 구호는 비타500의 ‘담아라 3천만’으로 바뀌는 중이다. 홍보엔 돈이 드는데, 이번 홍보엔 비용이 들지 않았으니 기업가치 상승은 필연일 수도 있다.

지난 2월 간통죄 위헌 결정 소식에 콘돔 생산업체 유니더스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았다. 콘돔 사용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서다. 다소 억지스럽다. 간통죄의 유무와 이 나라 ‘사랑 총량’과의 상관 관계는 크게 없다. 출렁이는 시장은 기막히게 ‘평형’을 찾는다. 4월 16일 유니더스 주가는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났던 날과 변함 없이 3100원대다.

억지는 또 있다. 미쓰에이 멤버 수지의 연애 소식 때문에 수지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수지 연애에 불만이 컸던지 어느 보도에선 ‘열통 터진다’는 표현도 등장했다. 지난 16일 종가 기준으로 JYP엔터의 주가는 수지 연애 소식이 났던 날(3월 23일. 4900원)보다 20% 넘게 급등한 59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소속 여자 연예인이 사랑에 빠지면 3주후 주가가 급등한다고 분석하는 것이 맞을까, 소속 연예인의 연애 소식과 주가와는 관계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까.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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