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서 서울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가 속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불기 시작한 부동산 훈풍에 아파트 값이 오르고 수요자들의 가격 저항이 무뎌지면서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올리면서도 “시세에 비해 저렴하다”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견본주택을 방문한 한 수요자는 “부동산 청약 열기가 고조되면서 그런 마케팅이 실제로 먹히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분양가가 갑자기 치솟는데도 사실상 손 쓸 방법이 없다”며 푸념했다.
롯데캐슬 골드파크3차는 1차에 비해 3.3㎡당 100만원가량 분양가가 올랐지만 4월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앞두고 청약열풍이 불어 1순위 당해에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
이달 분양된 서울 금천구 롯데캐슬 골드파크3차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470만원대에 책정됐다. 전용면적 59㎡(선호층) 3억9900만원, 84㎡(선호층) 5억1700만원 선이다. 이 분양가는 앞서 분양된 1, 2차에 비해 오른 가격이다. 작년 2월 분양한 1차의 3.3㎡당 분양가는 1370만원대, 작년 4월 분양한 2차는 1410만원대였다.
그러나 건설사는 이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 마지막 적용 단지로서 서울에서 1500만원 미만의 저렴한 분양가(1470만원대)의 아파트라고 소개했고, 청약 결과 평균 4.15대1의 높은 경쟁률로 전 주택형 1순위 당해 마감됐다. 오히려 분양가가 더 저렴했던 1, 2차에서는 1순위 미달이 많아 3순위로 넘어간 경우가 많았던 반면, 분양가가 더 오른 3차 분양에서는 전 주택형 1순위 당해 마감된 것이다. 이에 대해 부동산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됨에 따라 갈수록 분양가가 올라갈 것이고 늦게 분양받을수록 손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건설사 입장에서는 다음 분양물량보다는 저렴하다는 마케팅이 주효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7일 분양된 금호13구역 재개발 아파트 신금호파크자이는 59㎡ 기준층 분양가가 5억7000만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3.3㎡당 분양가는 2300만원대로, 인근에 지난 2010년 분양된 아파트인 금호자이2차 59㎡가 지난 1월 4억74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원 가량 높은 금액이다. 역시 17일 견본주택을 오픈한 백련산 힐스테이트4차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1400원대로 앞서 분양된 1~3차의 1300만원대에 비해 오른 가격이다.
서울 권역별 평균 분양가. [자료:닥터아파트] |
한편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최근 급상승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닥터아파트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과 2014년 분양가 조사 결과 2014년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2019만원으로 2013년의 1800만원에 비해 12.1% 상승했다. 특히 도심권이 2013년 1770만원에서 2014년 2430만원으로 상승폭이 가장 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과거 집값이 폭등한 원인은 무주택자 서민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고 이달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됨에 따라 무주택자 서민들의 불안 심리가 또다시 자극돼 시장이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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