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겨우 분향한 文 -거부 당한 李…“선거 때문에 왔나” 유가족 격앙
-새정치연합, 16일 안산 합동분향소서 추도식…의원 100여명 참석
-일부 유가족 “선거 때문에 왔나” 반발…분향 했지만 추도식은 별도 장소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예정에 없던 분향…유족 거부로 분향 못해


[헤럴드경제(안산)=박수진 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정치권 인사들이 경기도 안산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지만 유가족의 반발로 분향을 거부당하거나 분향소를 도망치듯 빠져나와야 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유족들의 거센 반발로 분향소에 들어서지도 못한채 발걸음을 돌렸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은 막아선 유가족을 겨우 설득해 분향은 했지만 당 차원의 추도식은 별도의 장소에서 열어야 했다.

유가족들은 1년이 지나도록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선체 인양이 이뤄지지 않는 책임을 물으며 정치권을 향해 울분을 쏟아냈다. “선거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경기 안산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오른쪽에서 두번째) 대표와 의원들이 전명선 세월호가족대책위원장(왼쪽 두번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100여명은 이날 8시30분께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아 분향하고 희생자를 추모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은 문 대표 등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분향소에 들어서기 전 ‘유가족과 똑같은 목소리를 내줄 것을 확실하게 답하시라’며 막아섰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아직도 세월호 인양에 대해 (정부는) 비용을 말하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세월호 안에는 아직 사람들이 있고 무조건 인양이 돼야한다”며 “세월호 시행령도 정부 시행령은 진실규명을 가로막은 것이기 때문에 (철회를) 여러번 주장해왔다. 우리 당은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갈 것”이라고 발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도 “오늘 오전 세월호 선체의 온전한 인양을 위한 결의안이 처리된다. 야당이 중심으로 해서 (결의안을) 추진했다”며 “시행령 철폐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야당은 (시행령을) 아예 철회하고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에서) 수정한다고 하는데 그것으로는 안된다. 공무원이 (세월호 특별조사위를) 주도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유가족과 뜻을 함께 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은 “희생자들을 위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주시라”며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분향을 수락했지만 일부 유가족은 울먹이며 “노력만 해서 뭐하나. 노력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고 소리쳤고, 또 다른 유가족은 “왜 이제와서 이렇게 하나. 선거용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표 등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분향을 마친 뒤 인근에 위치한 경기도 미술관에서 새정치연합 자체 세월호 희생자 추도식을 열었다. 당초 분향소 앞에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분향소 내 격앙된 분위기 등을 고려해 장소를 옮겼다.

한편 이완구 국무총리는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조문을 마친 직 후 분향소를 찾았다. 이 총리의 분향소 방문은 일정에 없던 것으로 유가족 측에도 약 30분 전에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의 방문 소식이 알려지자 유가족들은 ‘감히 어디를 오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분향소 안팎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경기 안산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이완구 국무총리를 전명선 세월호가족대책위원장과 유가족들이 막아서고 있다.

오전 8시50분께 분향소에 도착한 이 총리는 결국 유가족들이 길을 막아서며 분향소에 발조차 들이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이 총리에게 “세월호 시행령 철회돼야 하고 (세월호 선체) 인양하겠다고 분명히 선언돼야 한다. 그 두가지 약속 못받으면 추모할 수 없다”며 “국가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 총리 소신이라도 이야기를 해라“고 요구했다.

이 총리는 이에 대해 “(시행령) 폐기냐 수정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기술적으로 여러분 생각 반영되는지 검토해보겠다. 인양도 마찬가지다. 나라에는 법과 절차가 있는 만큼 정당한 결정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고, 유가족들은 “듣고 싶은 대답은 단 한번도 해준적이 없는 것 같다”며 분향을 거부했다. 일부 가족들은 “무슨 자격으로 조문을 하나. 그냥 돌아가라”고 이 총리를 향해 소리를 치기도 했다.

결국 이 총리는 분향을 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이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시간이 되는 대로 다시 와서 분향을 하겠다. 언제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