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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통(外統)수]韓日 중재 나선 美, ‘조심하세요’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이제 미국이 나섰습니다. 지금까진 지켜보거나 혹은 조언을 했다면, 이제 중재자로 적극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한일 관계 얘기입니다.

한미일 외교차관이 오는 1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한자리에 모입니다. 3국 차관이 모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죠. 정상회담이나 외교장관 회담은 있었지만, ‘외교 2인자’의 만남은 전례가 없었습니다. 최근 상황을 보면 오히려 2인자의 모임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반드시 뭔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3국 회담에 여러 모로 관심이 쏠립니다. 



흥미로운 건 이 자리가 성사된 과정입니다. 지난 2월로 돌아갑니다.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과 일본을 순방했을 때입니다. 방한한 블링큰 부장관은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한국 측에 3국 차관급 회담을 제안합니다. 거절할 이유는 없었죠.

이어 일본을 방문한 블링큰 부장관은 같은 제안을 했고, 그 결과 3국 차관회담이 성사됐습니다. 사실상 미국이 ‘판’을 깔아준 셈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블링큰 부장관은 한일 양국이 “상당히 긍정적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3개국 회담을 목전에 둔 어제입니다. “한일 간 긴장이 존재한다면 북핵 문제 대응을 포함한 한미일 3국의 공통의제를 흐트러뜨리게 된다”고도 했습니다.

최근 한일 관계는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라고 표현하면 과장일까요? 올해가 양국 수교 50주년이란 점을 감안하면, 아주 과장돼 보이진 않습니다.

관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시기였기에 상대적으로 현 긴장국면은 오히려 더 심각해 보입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과거사 사죄와 독도 도발입니다. 한층 진전된 일본의 태도를 기대했기에 변함없는, 혹은 더 악화된 일본의 도발에 국민 정서는 크게 반발했습니다. 한일 관계가 삐걱거리니 한미 관계도 우려가 쏟아집니다. ‘한국 피로감’, ‘중국 경사론’ 등이죠. 불필요한 오해가 커지고, 의심도 늘어갑니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이 같은 이유로 보입니다. 한일 관계를 이대로 지켜보기만 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죠.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 입장에선 더욱더 튼튼한 3국 동맹이 절실합니다.

한일 관계 회복은 비단 미국만 원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 정부 역시 출구전략이 필요하죠. 그런 점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이 반가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과거사와 독도 문제를 결코 가볍게 봐선 안 된다는 점입니다. 웬디 셔먼 차관의 발언 논란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 뒤로 주요 외교 소식통으로부터 셔먼 차관 발언에 대한 뒷얘기가 들립니다. 셔먼 차관도 이런 논란을 전혀 예상치 못했고, 셔먼 차관 발언의 전문을 보면 결코 과거사 문제를 가볍게 보려 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그만큼 민감하다는 겁니다. 블링큰 부장관의 “양국이 긍정적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 역시 구설에 오를 조짐입니다. 양국 정부는 그리 판단할 수 있을지언정 국민 정서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미국은 판을 깔아 줄 수 있겠지만, 정작 열쇠는 다름 아닌 일본이 쥐고 있습니다. 일본의 도발이 이어지면, 오히려 미국의 중재는 없으니만 못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의도와 달리 반미정서로 불똥 튈 가능성은 이미 셔먼 차관이 보여줬습니다.

3국 외교차관 회담은 시험무대가 될 것입니다. 중재자로서 미국의 역할도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조바심은 금물입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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