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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목련은 말이 없다…고민 한 짐 朴대통령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봄비에 젖은 새하얀 목련은 말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침묵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발(發)’ 핵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는 와중에서다. 망자(亡子)에게서 돈 받은 의혹이 있는 정치인에게 칼날을 겨눌 검찰 특별수사팀이 구성된 지난 12일,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딱 한 마디를 내놓은 게 전부다.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

여론은 추가 입장 표명을 종용한다. 독립적인 검찰 수사를 보장한다는 박 대통령의 육성을 내놓으라는 요구다. 


리스트에 엮인 인사들이 수사 진척 상황을 감지할 수 있는 자리에 남아 있어선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든 국민적 의혹이 가시지 않을 것이란 건 상식의 범주다. 3000만원 수뢰 의혹의 한복판에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는 “돈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했다. 리스트에 오른 다른 인물도 발언 수위만 다를 뿐 결백을 주장한다. 박 대통령을 향해 “믿어달라”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진실게임’이라 치부하기엔 박 대통령은 이미 큰 상처를 입었다.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3월 17일 국무회의)며 이완구 총리의 부패척결에 힘을 실어줬으나, 자칫 총리가 피의자가 될 처지다. 돈에 관한 한 결벽증에 걸렸을 정도로 엄격하다는 박 대통령에 망신살이 뻗친 격이다.

세간에선 벌써부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근들이 건강음료인 비타500 박스에 돈을 담아 이 총리에게 건넸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차떼기당’에서 ‘비타500당’이 되겠다며 보수진영을 희화화한다. 


경제회복의 골든타임이 사라질 위기인데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좌고우면이다.

‘읍참마속’을 주저하는 박 대통령은 세월호 1주기를 맞는 16일 당일, 중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해 콜롬비아로 떠난다. 취임 후 15번째 순방이다. 굳이 이 시점에 출국해야 하느냐는 지적에 청와대는 “순방을 연기할 이유가 없다”며 “중남미는 ‘기회의 대륙’”이라고 했다.

맹골수도(孟骨水道)에서 별이 된 304명의 아픔이 ‘세일즈 외교’의 긴급함과 당위성에 밀린 것이라고 받아 들여야 하는 국민은 허탈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작년 4월 25일 방한 때 안산 단원고에 위로의 뜻으로 기증한 목련은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침묵으로 희생자들과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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