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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얼음물 대신 50℃ 온수로…中자선가 가짜 ‘아이스버킷’ 들통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 기자] 기부ㆍ자선과 관련한 각종 기행으로 논란의 대상이 돼 온 한 중국 부호가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기부 퍼포먼스 조작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서다.

지난 3월 19일 중국 언론들은 천광뱌오(陳光標ㆍ47) 장쑤황푸재생자원이용유한공사 회장이 지난해 자선행사의 일환으로 연 ‘아이스버킷챌린지’ 퍼포먼스가 조작된 것을 최종 확인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천 회장은 3월 한 현지매체 인터뷰에서 “(얼음물 샤워 퍼포먼스 직전) 통속에 50도 정도의 온수를 먼저 넣었다”며 “수온이 높아 다리가 빨개질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퍼포먼스는 과장된 행위예술이었다”고 덧붙였다.

천 회장의 조작이 들통난 건 후난(湖南)성의 한 의학전문가가 실험을 통해 당시 그의 도전이 사실상 조작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란 결과를 내놨기 때문이다. 

천 회장이 지난해 8월 ‘아이스버킷챌린지’에 도전하는 모습. 그는 사진의 물통 속에 50℃정도의 온수가 들어 있었단 사실을 인정했다. 도전 당시 천 회장은 물통 속에 얼음물이 가득했고 자신이 여기서 30분을 버텼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천 회장은 자신의 SNS 웨이보(微博)를 통해 얼음물 샤워 동영상을 올렸다. 천 회장은 얼음물이 가득 담긴 용기 속에 30분가량 몸을 담그고 있었다. 당시 그는 “나를 뛰어넘는 사람에겐 100만위안(1억7600만원)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후난 성(性)보건연구소부속병원이 지난해 9월 흰쥐를 -0.1℃의 얼음물에 넣어 천 회장의 퍼포먼스와 호언장담이 사실인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그 결과 쥐는 5분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실험을 주도한 원더위안(文德元)연구소장은 “사람이 0도이하 얼음물 속에서 5분 이상 몸을 담글 경우 생식능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천 회장이 한 인터뷰에 나와 퍼포먼스 조작사실을 인정하는 장면 캡처. 아래 자막은 ‘그 통 속엔 50도가량의 온수가 들어있었다’라고 쓰여있다.

천 회장도 어쩔 수 없이 조작사실을 시인하면서 중국 내 여론은 들끓고 있다.

중국 국영중앙방송(CCTV)도 지난달 20일 논평을 내고 “천광뱌오는 대체 무슨 도전을 한 것이냐”며 “이건 대중을 기만에 빠뜨린 사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각에선 법적 처벌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 사회과학원 한 관계자는 “공익자선행위의 신뢰성을 담보할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평했다.

천 회장도 여론을 의식해 추가 기부의사를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서고 있다.

11일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 등은 그가 고향에서 자신이 지어 운영 중인 노인요양센터 등 7000만위안(123억원)에 달하는 문화시설 재산권 및 관리권 전체를 현지 지자체에 넘길 것이라고 전했다. 

천 회장이 퍼포먼스 조작사실이 밝혀진 뒤 기부 의사를 밝힌 문화시설 모습. 노인요양센터 등으로 구성된 이곳 자산가치는 7000만위안(123억원)정도다.

한편 장쑤(江蘇)성 출신인 천 회장은 2003년부터 자원재생사업을 벌여 큰 돈을 벌었다. 2008년엔 쓰촨(四川)대지진 현장에서 적극적인 구조활동으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이후 기부활동의 진정성이 계속 도마에 오르며 ‘괴짜부자’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의 자산은 지난해 후룬연구소 집계 기준 45억위안(약 7920억원)이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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