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겜돌겜순] 죽어야 산다, ‘블러드본’
[HOOC=정찬수 기자] 시작부터 죽고, 걷다가 죽고, 놀라서 죽고, 줍다가 죽고, 또 죽고, 다시 죽고, 결국 죽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어렵습니다’. 거치형 콘솔 입문자라면 높은 난이도로 좌절감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극악의 난이도를 극복하고 얻는 성취감은 크지만, 이를 느끼기가 굉장히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퍼즐처럼 짜임새 있는 스테이지와 환상적인 배경에 대한 감탄은 그 다음입니다. 일단 살아남아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죠.
 

프롬 소프트웨어와 SCEJA가 맞손을 잡고 개발한 ‘블러드본(Bloodborne)’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독점작으로, 마니아층의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는 ‘소울’ 시리즈의 최신작입니다. 지난 2009년 발매된 플레이스테이션3용 ‘데몬즈 소울(Demon‘s Souls)’의 난이도와 조작성을 계승하고, 새로운 세계관과 세련된 디자인을 덧칠한 것이 특징이죠. B급 느낌이 강하지만 긍정적인 판매량으로 상반기 플레이스테이션4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블러드본’의 장르는 액션 RPG(Role Playing Gameㆍ역할수행게임)입니다. 성장 요소와 판타지 세계관, 수집요소, 거대한 던전 등 사용자가 진행하는 방향에 따라 게임의 스타일도 달라집니다. 그 중심엔 ‘죽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거대한 보스는 물론, 필드에 등장하는 일반적인 적들조차 매우 강해 어느 순간 죽음에 무덤덤해집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유저들은 캐릭터가 죽을 때 나오는 문구인 ‘YOU DIED’를 ‘유다희’라고 칭하며, ‘유다희 양과 데이트를 즐긴다’고 농을 던집니다.


18세 이상 이용가라는 문구가 이토록 어울리는 게임이 있을까요? 시종일관 어두운 배경 속에서 피가 튀는 잔혹한 장면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주인공인 사냥꾼이 야수로 들끓는 중세 도시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 게임의 큰 줄기입니다. RPG의 특성상 사용자가 곧 캐릭터인 것을 넘어, 캐릭터와 배경이 하나가 되는 것이 특이합니다. 컨트롤과 공략이 유사한 데몬즈 소울과 다른 느낌을 주는 이유도 배경에 있습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각종 객체들은 배경에 그치지 않고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배경을 감상하는 여유를 가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로지 컨트롤만으로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체력을 늘려주는 수혈액을 끊임없이 공급하고, 총ㆍ톱ㆍ검을 적절히 조합해 적을 쓰러뜨려야 합니다. 한번의 공격으로 쓰러지는 적은 없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전 액션의 짜릿함을 적 하나하나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강렬한 영상과 난이도, 어두운 분위기로 피곤해질 수 있는만큼 쾌감은 커집니다. 방패의 역할마저 줄어 ‘공격이 최선의 방어’가 됐죠.
 

생존을 위한 열쇠는 ‘반복 학습’입니다. 적들에겐 각각의 일정한 패턴이 존재해 선공(先攻)보다 지공(遲攻)이 효과적입니다. 즉 무작정 때리는 것이 아닌, 패턴을 연구해 피하고 공격해야 합니다. ‘죽다 보면 살아있다’는 말은 블러드본을 설명하는 최소한의 표현입니다. 경험치를 잃는 무아지경 속에서 돌아보면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게임이 지나치게 어렵다면 ‘종’을 울려 협력자를 부르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단 종을 울리는 횟수는 ‘계몽’이라는 요소에 의해 결정되므로, 필요할 때만 요청해야 합니다. 죽기는 쉽지만, 도움받기도 힘든 시스템인 셈입니다. 독창적 콘텐츠인 ‘성배 던전’은 모험 중 찾아낸 성배를 이용해 다른 사용자와 함께 일종의 지도를 생성해 모험하는 모드입니다. 추가적인 도전과 모험의 세계를 제공해 직선적인 이야기 외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저장과 재시작 시점은 ‘등불’에서 가능하지만, 이 역시 보스를 해치우거나 미로 같은 문을 뚫고 지나가야 켤 수 있어 쉽지 않습니다. ‘등불’을 통해 ‘꿈 속’이라는 공간에 진입해야 업그레이드와 장비 수리ㆍ강화가 가능합니다. 주인공이 적들보다 우위에 서지 못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셈이죠. 불친절한 진행 방식은 초보 게이머에게 당혹감을 선사하지만, 더 큰 성취감을 보장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임의 유일한 단점은 지나치게 긴 로딩입니다. 기자는 다운로드판으로 진행했지만, 패키지판의 로딩 시간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유다희‘와 자주 만나는 사용자라면 플레이 화면보다 시커먼 로고를 많이 보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죽지 말라‘는 제작진의 배려가 아니라면, 로딩 시간을 획기적으로 축소하는 패치가 절실합니다.



한편 ‘블러드본’은 훌륭한 게임성을 바탕으로 플레이스테이션4 판매량에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블러드본의 인기에 힘입어 콘솔 구매 문의까지 늘어났다”며 “특별한 독점작이 없는 상황에서 등장한 기대작이라 앞으로도 플레이스테이션4 판매량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and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