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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랑이 5억 전셋집 마련했다면, 신부는 ‘예단비’로 얼마를 써야할까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직장인 A(28ㆍ여) 씨는 지난 주말 남자친구와 함께 서울 강남에서 진행된 웨딩박람회에 다녀온 후 고민이 늘었다. 남자친구와 대략적인 예산을 준비하기 위해 방문한 박람회에서 ‘웨딩플래너’가 “남자친구 분이 마련하는 전셋값을 고려하면 신부님은 4000만 원 정도의 예단비를 준비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플래너는 ‘신혼집의 10% 정도가 예단비’라는 통상적인 기준을 제시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사회 초년생인 A 씨에게 그만한 돈은 없었다. 전셋집이 3억~5억 원에 이르는지라 두 사람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신혼집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A 씨는 결혼을 미룰까 하는 고민까지 하게됐다. 

웨딩박람회와 웨딩정보 관련 커뮤니티가 ‘등골브레이커’가 되고 있다. 예비부부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지만 자칫 위화감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한 웨딩박람회 전경.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헤럴드경제DB]

웨딩박람회와 웨딩정보 관련 커뮤니티가 ‘등골브레이커’가 되고 있다. 예비부부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지만 자칫 위화감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의 커뮤니티 검색창에 ‘예단비’를 입력하면 “예단비 견적 좀 내달라”는 예비신부들의 고민과 대답이 이어진다.

예단비는 통상적으로 한복과 이불 등을 장만하기 위해 예비신부 쪽에서 예비신랑의 부모님께 주는 현금.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L 네이버 카페 검색창에 ‘예단비’를 입력하면, “남자가 전셋집에 ○○를 보탰는데, 나는 예단비를 얼마를 줘야 하느냐”는 질문이 수십 건이다. 


‘남자가 집을 해오는 경우, 여자는 10% 정도를 예단비로 생각하면 된다’는 대답이 상당수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이용자가 “남자가 4억~5억원 가량하는 제법 값비싼 집을 해오는데 1000만 원 가량의 예단비가 괜찮겠느냐”는 질문하자, “예단비가 너무 적으니 대출을 받으세요”라는 질책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전셋집을 구하는데, 남자가 1억5000, 여자가 1억을 보탰다, 예단비는 얼마나 해냐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집 값을 1억이나 보탰는데, 1000만 원 정도면 되지 않겠느냐”는 조언도 있었다.

커뮤니티 뿐 아니라 결혼식을 대행해주는 웨딩업체나 결혼정보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웨딩박람회에서는 아예 해당 업체가 남성이 신혼집에 보태는 돈의 등급에 따라 예단비나 혼수비용 등을 표로 정리해 제시하기도 한다.

지난 주말 웨딩박람회를 진행한 A 웨딩업체 관계자는 “결혼 일정이 잡히면 양가 어른들이 제시한 예산을 중심으로 예단비 액수가 결정된다”며 “예단비가 얼마인지에 따라 신부가 시댁에 해가야 할 선물의 종류나 등급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직장생활이 4년~5년 밖에 되지 않은 예비부부에게 반감을 주기도 한다.

최근 결혼한 안모(32ㆍ여) 씨는 “결혼 카페에서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한 돈 없는 여자’를 개념없는 사람 취급하는 글을 보고 화가 났다”며 “두 사람이 의논하다보면 서로 상황에 따라서 해결책이 나오는데, 카페나 박람회가 너무 도식화된 정보만 제공해 예비부부를 위축되게 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결혼정보업체 매니저인 K 씨는 “실제로는 100쌍의 커플이 있으면 결혼의 방식도 100가지로 다른데, 예단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파혼하는 커플을 보면 안타깝다”며 “두 사람이 충분히 합의한 후 서로의 가정을 설득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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