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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대란에…대학 ‘학술 동아리’ 사라지고 ‘스터디 그룹’ 뜬다
[헤럴드경제=배두헌ㆍ이세진ㆍ장필수 기자]취업대란으로 대학가에서 전통의 ‘학회’가 점점 사라지고 취업 관련 ‘스터디’만 인기를 끌고 있다.

5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극심한 취업난 속에 각종 취업 관련 스터디가 늘어나고 있지만 취업과 관련 없는 순수 학술 동아리, 인문학ㆍ사회과학 학회 등은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

취업대란으로 대학가에서도 전통의 ‘학회’가 점점 사라지고 취업 관련 ‘스터디’만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2일 서울의 한 대학 학생회관 주변에 채용관련 현수막들이 나붙어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연세대 문과대학 학회인 ‘우리말연구회’에서 몇해 전 학회장을 지낸 김민지(24ㆍ여) 씨는 “15학번 신입생이 학회에 들어오지 않고 선배들 중에서도 참여 의지를 보인 사람이 없어서 올해 학회 활동 계획이 없다고 들었다”며 씁쓸해했다.

순수 학회인 우리말연구회는 음운론 형태론 등 국어학 분야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학회로 김 씨 활동 당시엔 사투리탐사를 하러 학회원들이 지방에 내려가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던 학회다.

반면 마케팅 등 취업 관련 학회나 동아리들은 대부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가야할 정도로 인기다.

중앙대 경영학과 2학년인 김민현(21) 씨는 1학년 때 ‘무역연구회’에서 학회 활동을 하다가 최근 공모전 준비 위주의 마케팅 동아리에 들어갔다.

김 씨는 “학회는 인원도 활동도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반면 마케팅 동아리 경쟁률은 3:1에 달했다”면서 “공모전을 통해 스펙을 쌓고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쓰기 위해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혜수 연세대 동아리연합회 회장은 “학회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면서 “취업이 너무 힘들고 스펙 쌓기 바쁘다 보니까 대학의 낭만과도 같은 이런 활동들이 시간낭비로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는 “나도 학회를 했지만 지원자도 점점 줄어들고 기존 멤버들도 어느 순간 ‘취직과 상관이 없으니 취직 관련된 공부를 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는지 절반 가까이 나갔다”고 씁쓸해했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취업난이 이같은 세태를 만들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난이 극심한데 기업들은 실용 학문 전공자를 더 많이 찾고 있다”면서 “인문학 전공 학생들도 경제ㆍ경영 등 실용학문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학회활동이 침체되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앞으로 이런 풍속이 심해질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회가 없어진다는 건 취업난에 짓눌린 대학 생활을 반영한다”면서 “이렇게 ‘스펙 쌓기’만 했던 학생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건전한 시민소양이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에 있어서 정량적인 지표에만 집중하지 말고 전인적 인재를 가려내야한다”고 꼬집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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