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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 R&D현장을 가다] 뚜레쥬르 연구소에서 개발중인 미래형 베이커리는?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제빵시장은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니다. 전국 제과점은 1만개가 넘고,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도 빵을 구워 파는 시대다. 잘 나가던 제빵 브랜드가 역신장하거나 쇄락의 길을 걷다 사라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국내 베이커리 브랜드의 양대 산맥중 하나인 CJ푸드빌의 뚜레쥬르도 한때 재정비가 필요할 정도였다. 지난 1997년 브랜드 론칭 후 꾸준히 성장했지만 2009년 경부터 시장이 포화되면서 성장판이 멈췄다. 뚜레쥬르는 2011년 스스로 영토 확장 자제를 선포한 뒤 국내 매장 수를 늘리지 않고 점포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이 무렵 뚜레쥬르가 새로 내건 슬로건은 ‘재료부터 다른 건강한 베이커리’다. 빵의 기본 재료인 밀가루와 소금을 비롯해 각종 재료를 차별화하는데 브랜드 콘셉트를 맞춘 것이다. 이러한 슬로건의 선봉장이 바로 CJ푸드빌이 자랑하는 뚜레쥬르 연구소다.

뚜레쥬르 연구소가 개선 작업에 1순위로 지목한 게 빵의 주재료인 밀가루다. 우리나라에는 주로 강력ㆍ중력ㆍ박력분이라는 3종의 밀가루가 있다. 하지만 빵 문화가 발달한 유럽에선 어떤 빵에 쓰이냐에 따라 20종 이상의 밀가루를 사용하고 있다. 김복희 연구소장은 “유럽 지역을 여행 다니면서 맛 본 다양한 빵을 국내에서 시도하려다 보니 그에 맞는 밀가루가 없어 밀가루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바로 베이커리 전용인 ‘온리원(ONLYONE) 밀가루’다. ‘온리원(ONLYONE) 밀가루’는 ▷촉촉하고 쫄깃한 식감을 살려줘 식빵이나 모닝롤 등 식사용 빵에 적합한 것 ▷가볍고 바삭거니는 결이 중요한 페이스트리에 어울리는 것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한 쿠키류에 어울리는 것 등으로 세분화됐다.

김 소장은 “밀가루에 대한 개선 작업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요즘은 유럽식 건강빵용 밀가루 등에 대한 개발도 연구가 한창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밀가루 다음에 주목한 재료는 소금이다. 연구소는 지난 2012년부터 모든 빵에 사용하는 소금을 전남 신안군 신의도에서 생산한천일염으로 전량 교체했다. 일반적으로 빵 반죽에 사용되는 소금은 밀가루 양의 1~2%정도만 소량 투입한다. 소금은 잡냄새를 없애고 빵을 쫄깃하게 만드는 글루텐 성분을 강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핵심 재료다.

신안 천일염은 해조류성 미네랄이 풍부해 세계적인 명품 소금으로 불리는 프랑스 게랑드 소금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품질을 갖고 있는 고품질 소금이다.

우유도 연구소가 잔뜩 공을 들인 부문이다. 특히 2013년 출시돼 현재까지 4500만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끈 ‘순(純)우유’ 시리즈는 뚜레쥬르의 슬로건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제품이다. 순우유 시리즈의 대표 상품인 ‘빵속에순우유’는 빵을 반죽할 때 물 대신 전북 완주의 단일목장에서 집유한 국내산 유기농 우유를 사용했다.

김 소장은 “유기농 우유로 만들어 건강한 느낌을 주면서 밀가루와 설탕 함량이 낮아 단팥빵이나 소보로빵에 비해 열량도 100㎉ 정도 낮은 점 등이 고객으로 부터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뚜레쥬르는 순우유 시리즈 이후 순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순호박’, ‘순치즈’, ‘순꿀’, ‘순감자’ 등도 건강한 재료로 만든다는 브랜드 콘셉트를 이어가고 있다.

뚜레쥬르 연구원들은 건강한 재료를 찾기 위해 논이나 밭, 시골장터 등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실험실보다 논밭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다는 우스겟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양질의 순꿀 시리즈를 만들기 위한 연구원들의 노력은 눈물없인 볼 수 없는 인생 드라마 그 자체다. 연구원들이 전세계 수많은 꿀을 수집하고 맛본 뒤 시제품을 만드는 등 꿀 선별 작업에만 무려 6개월 이상을 매달렸다. 또 순감자 시리즈를 만들기까지는 감자를 고르기 위해 제주와 해남을 신발 밑창이 닳도록 수 없이 오갔다.

김 소장은 “수입 감자는 원하는 모양에 맞춰서 썰어진 상태로 조미에 포장까지 완료돼 편하게 쓸 수 있지만, 국산 감자는 가공업체를 직접 섭외한 뒤 품질협의를 진행하고, 1차 가공품이 나오기까지 수십번 이상의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며 “어떤 연구원은 순감자 개발하느라 가족과 생이별(?)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더 신선하고 더 건강한 식재료를 찾다 보니 재료별 산지 농가와의 상생은 자연스럽게 따라 오는 결과였다. 우유 소비 부진으로 젖소를 도축할 정도로 낙농가가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뚜레쥬르측에 유기농 우유를 납품하는 낙농가는 불황을 겪지 않은 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또 순감자에 들어가는 감자를 기르는 해남 농부들 역시 겨울에 나는 대지 감자의 판로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다가 뚜레쥬르를만난 뒤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김 소장은 “지방에 가면 좋은 토산품 먹거리가 많이 있지만 제대로 소비할 만한 방식 찾지 못해 묻히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먹거리를 소비자가 먹기 좋은 방식으로 만들어서 판매함으로써, 농가도 살리고 식문화도 바꾸는 게 뚜래쥬르 연구소에 주어진 사명인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뚜레쥬르 연구소는 단순히 좋은 식재료를 찾아 나서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농업진흥청이나 농업기술원 등과의 종자개발을 비롯한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엔 협업을 통해 개발한 향토 작물을 이용해 개발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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