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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그러진 20대 청춘의 민낯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밤을 새는 대학생 아들에게 엄마가 야단치듯 말한다. 20대 그 푸른 청춘을 좁아터진 편의점에서 계산기 두드리며 보내냐고. 제 용돈이라도 벌겠다고 나선 아들이 대견스러워야 할 터이지만 엄마는 시퍼런 청춘이 아깝고 안타깝다. 좀 더 의미있고 뜨겁게 보내야 한다고 믿는 쪽이다. 그런 아들이 정작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자기만의 뭔가를 만든다고 분주하게 나다니자 엄마는 또 불안하다. 뭔가를 한다고 나아질까?

학점, 스펙, 취업에 아무리 매달려도 막막하기만 한 현실에서 청춘들에게 어떤 독려도 위로도 닿을 수 없다는데 부모세대는 더 절망한다. ‘청춘의 민낯’(세종서적)은 청춘이 더 이상 우리가 상상해온 그런 게 아님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2014년 2학기 고려대 한 미디어 학과과정에 참여했던 학생 20여명이 SNS와 페이스북, 블로그 등 온라인 매체에 올린 글들을 모아 펴낸 이 책에는 풍자인듯한 자포자기가 많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이들의 관심사는 학점과 아르바이트, 미래에 대한 불안. 일명 ’꿀알바‘라 불리는 과외는 더이상 달지 않다. “춥고 먼길을 가서 부지런히 준비한 내용을 쏟아놓고 나서야 내 손에 쥐어지는 돈. 이것이 마음에 궁극적인 안심을 주지 못하는 까닭은 이런 노동을 부단히 반복해도 방 두칸, 아이 둘의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에.”

“오늘도 탈락 소식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하고 싶은 것도, 할 것도 없다. 인생 전원도 끄고 싶다”

“일찍 결혼한 친구와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는데, 활짝 웃는 아기 사진을 보내준다. 각종 취직 소식을 듣고는 생겼던 조급함과는 상당히 다른 조금함이 밀려온다.”

낙오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때로 버겁게 느껴지는 청춘의 어깨는 무겁다.

젊음 특유의 톡쏘는 재치가 돋보이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C)가 이렇게 쉽게 쓰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중간고사 날, 쉽게 쓰인 시)

“학과를 막론하고 교수들의 공통점. 수강생들이 자기 수업만 듣는 줄 안다”

이런 가운데서도 청춘들은 조심스레 연애에 발을 담그지만 흔들린다. 이 역시 책임져야 할 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20대의 맨 얼굴, 그들의 속마음을 담은 우리시대 청춘 보고서는 쓰다.


청춘의 민낯/대학가 담쟁이 엮음/세종서적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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