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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이반’ 재조명하는 러시아, 내막은?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러시아가 ‘폭군’으로 알려진 16세기 러시아의 전제군주 이반 4세에 대한 인식 바꾸기에 나섰다. 한 전시회에서는 폭군의 이미지가 유럽 등 서방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는데 이것이 최근 서방의 경제제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러시아 정부가 진행하는 선전활동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현재 러시아 정부가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반 4세를 평행선상에 잘못 올려놓고 러시아의 과거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반 4세는 극단적인 공포정치를 시행해 러시아를 강력한 중앙집권국가로 만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모스크바 크렘린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 전시에서는 서방 언론이 이반 4세를 폭군으로 잘못 묘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시회는 같은 시대에 독일에서 제작된 동판화에서 이반 4세가 병사들에게 잔혹행위를 가하는 것으로 묘사된 것은 외세에 의해 잔혹한 폭군으로 낙인찍힌 것이며 명예를 훼손당한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은 첫 러시아 군주라는 점에서 은근슬쩍 현재의 러시아의 상황과 비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박물관 측은 러시아 정부의 지시를 따른 것이 아니라면서, 오히려 1991년 소비에트연방 붕괴 이후 쏟아져 나왔던 부정적인 역사적 연구에 대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 문화부와 국방부는 공동으로 예산을 편성해 러시아 군사-역사 협회를 조직했는데, 이곳은 준 공공기관처럼 운영되는 곳으로 예산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전시회는 이 협회가 주도해 진행한 것이다.

제2차세계대전사를 연구하는 유리 A. 니키포로프는 전시회의 자원봉사 큐레이터로 참가했다.

니키포로프는 NYT에 “정부 관계자가 역사가 이렇게 기술돼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번 한 번뿐이 아니다”라며 “러시아 역사학자들이 대통령에게 맞춰 춤을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부 개입설을 부인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R. 메진스키 문화부장관은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크렘린으로부터 이같은 지시들이 필요하다. 대통령실의 주문은 매우 정확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역사학자인 니키타 P. 소콜로프는 “역사가 이념적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전시에 대해 “순전히 정치적인 전시다. 역사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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