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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 총기사건등 인질극 날로 증가…피의자 정체·동기 신속파악이 중요
범죄수사의 세계 <5> 인질
피의자와 유대감 형성 필수
모든 요구 수용은 경계해야…충고·설득·명령조등도 금물


“넌 방금 ‘아니’라고 말했어! 게임 오버! (총성) 빵!.”

인질협상을 다룬 영화 ‘네고시에이터(1998년작)’에서 나오는 한 장면이다.

최고의 인질협상전문가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돌연 인질범이 돼버린 사무엘 잭슨이 대치 중 내세운 금기어(‘아니’)를 경찰이 실수로 말해버리자 인질에게 총을 쏘는 것처럼 가장해 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끄는 대목이다.

이처럼 인질 상황에선 말 한마디에도 생명이 오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순간이 계속된다.

이 때문에 인질협상가의 자질로 고도의 직관력과 빠른 판단력,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도 서두르지 않는 노련함과 인내심 등이 꼽힌다.

최근 우리나라도 부인의 전 남편과 의붓딸을 살해한 안살 인질극 사건, 형과 형수를 죽인 화성 총기사건 등 영화에서 나올 법한 인질 상황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인질협상 전문가로 선발된 임경호<사진> 경찰청 수사국 경위는 인질사건의 관건은 피의자의 정체와 동기가 뭔지를 빠르고 정확히 파악해내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임 경위는 “가해자든 피해자든 처음엔 경찰이라고 하면 상대하길 거부한다”며 “그때 사용하는게 ‘페이스 리딩(pace leading)’ 기법인데 처음엔 가해자를 인격적으로 대해주면서 감정을 마음껏 발산하게 한 뒤 서서히 우리가 원하는 말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게 인질범과의 라포(rapportㆍ유대감) 형성인데, 동시에 피의자의 모든 요구에 응해주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령 술이나 마약을 넣어 달라거나 도주할 차량을 대 달라는 등 인질범이 라포를 역이용할 수 있는 요구에 대해선 과감히 거절하는 것이 키 포인트다.

임 경위는 대표적인 협상의 기술 2가지를 소개했다.

하나는 ‘풋 인 더 도어(foot in the door)’ 기법으로, 우선 문 안에 발을 들여놓듯 인질범에게 사소한 제안부터 시작해 점차 협상의 폭을 넓혀나가는 일종의 점강법이다.

반대로 인질범이 처음부터 협상의 여지를 주지 않을 땐 초반에 강하게 나가는 ‘도어 인 더 페이스(door in the face)’기법이 있다.

협상 불응시 즉시 진압에 들어가겠다는 식으로 했다가 점차 수위를 낮춰가는 점추법이다.

인질협상팀은 주협상관(네고시에이터), 보조협상관, 코치, 정보관 등 4명 정도로 구성되고 협상 시한은 보통 24~48시간 내로 잡힌다.

인질범에게 해선 안되는 말의 유형으론 충고, 판단, 설득, 핀잔, 명령 등이 있다.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인질범에게 무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인질범의 끝말을 따라하거나 ‘예’, ‘아니오’ 외의 대답을 유도할 수 있는 개방형 질문, 1인칭의 완곡한 표현 등이 좋다.

임 경위는 “인질 상황뿐 아니라 모든 경찰 업무가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것에 기반한 위기 협상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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