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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가파’ 구청…30년 집 주인에 날아든 ‘도로 무단점용’ 변상금 고지서
- 수십년째 살아온 집에 대뜸 “변상금 내라”는 지자체, ‘대법원 판례도 들먹’

- 국토부 “고의ㆍ과실여부는 지자체에서 판단해야..잘 모르고 그런 것 같다”

- 전문가 “이런식이면 우리나라 1/4걸린다는 농담도..세수 목적 의심”



[헤럴드경제=배두헌ㆍ이세진 기자]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가정집에 30년 전부터 살고 있는 권모(78) 씨는 최근 구청으로부터 우편물을 하나 받았다.

집 건물이 지자체 소유의 도로를 무단으로 점용했으니 이달 말까지 변상금 70여만원을 납후하라는 공문이었다.

자신이 지은 집도 아니고 30년 전 매입한 집에 증축이나 개축 한 번 하지 않고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도로를 점용했다며 변상금을 내라니 황당할 노릇이었다.

억울한 A씨는 고의나 과실이 없으면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하는 개정된 도로법을 인용해가며 항의했다.

하지만 구청은 대법원 판례를 들먹이며 “직접 고의나 과실이 없다는 걸 입증하라”면서 “그렇게 돼 변상금이 면제되더라도 도로 점용 부분 건물을 헐지 않는 이상 매년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몇몇 집들도 마찬가지로 변상금이 부과됐다. A씨는 “누가 보더라도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려 국민의 고혈을 짜낸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서울 강북구의 한 주택가.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주택이 도로를 4.8㎡ 점용했다며 구청으로부터 변상금이 부과된 집이다.



서울시 일부 자치구가 ‘도로 무단점용’ 등을 이유로 수십년 동안 문제 없이 살아온 거주자들에게 무차별 변상금 징수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강북구는 지난해 이같은 사례 46건 적발해 총 5000여만원의 변상금을 거둬들였다. 성동구의 경우는 188가구를 적발해 4억원 이상의 변상금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강북구청 측은 “고의ㆍ과실 관련 조항 때문에 오히려 분쟁만 많아졌다”며 “고의ㆍ과실이 아니라는 것의 입증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해석은 달랐다.

국토부 측은 “고의ㆍ과실 여부는 각 지자체 도로관리청이 판단해야 하는데 일부 지자체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도로법이 개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의ㆍ과실을 밝힐수가 없으면 변상금을 부과하지 말고 유예기간을 줘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갑작스레 통보하는 지자체의 변상금 부과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신이 점유하고 있으니 시정하라’는 고지 한번 없이 바로 변상금을 내라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큰 문제”며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세수 올리려는 목적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심 교수는 “지적도랑 실제 건물현황이랑 다른데 이런식으로 접근 하면 우리나라 땅 4분의 1은 지적불합치에 걸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면서 “사용료를 내더라도 몇년까지는 유예, 몇년까지는 몇프로 이렇게 순차적으로 해야 세금 확보를 위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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