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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살인·사기·횡령…법정 선 갑부들 '추락 그 순간'
① 美 부동산 재벌‘로버트 더스트’
케이블 방송 녹화중 실수로 살인고백
FBI와 경찰에 살인혐의로 체포

② 美 앨런 스탠포드 회장
80억달러 폰지사기 교사·노동자등 피해
징역 110년 선고…정치자금 탄로 곤욕도

③ 中 류한 한룽그룹 회장
비리 저우융캉과 유착 사정대상 지목
고의 살인·조직 폭력 혐의 처형

④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1조원대 사기성어음 발행…4만명 피해
징역 12년 선고…자산 줄줄이 압류



[슈퍼리치섹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ㆍ꽃은 피어야 열흘을 못 넘긴다)’

중국 남송(南宋)시기 어느 유명한 문장가는 위와 같이 읊었다. 이 시인이 남긴 구절은 10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자주 회자된다. 특히 부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의 울림은 크다. 그동안 쌓은 막대한 부와 명예를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이들에겐 더욱 그렇다. 이들의 추락이 찰나의 잘못만으로 빚어진 결과는 아니다. 단지 오래 감추고 덮어 온 과오들이 누적돼 어느 순간 그들을 무너뜨린 것이다. 법정까지 서게 된 부호들이 ‘날개’를 잃은 결정적 순간을 살펴봤다.


▶ ‘살인 고백’하고 체포 된 美부동산 재벌=지난 14일 밤, 로버트 더스트(71)라는 남자가 미국 뉴올리언스의 한 호텔에서 연방수사국(FBI)과 경찰에 살인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그는 뉴욕에 ‘부동산 왕조’를 일군 것으로 평가받는 더스트가문 상속자다. 이 집안은 현재 뉴욕 맨해튼 상업지구에 120만7740㎡(구 36만5340평)규모의 부동산을 소유ㆍ운영 중이다. 아울러 호화 주택지구의 부동산 18만5800㎡(구 5만6200평)과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지분도 갖고 있다. 지난해 포브스가 집계한 더스트 가문 자산은 44억달러(한화 4조8700억원)규모다.

그가 덜미를 잡힌 건 자신도 모르게 녹음 된 음성파일 때문이었다. 케이블 방송 HBO가 제작 중인 자신과 관련한 다큐멘터리 ‘징크스’ 녹화를 마친 더스트는 몸에 지닌 무선마이크가 켜져있는 걸 모른 채 화장실에서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물론 내가 다 죽였지”라고 중얼거렸다. 내용은 고스란히 녹음됐다.

이 ‘고백’은 3건의 실종 및 살인과 관련 있었다. 앞서 더스트는 1982년 자신의 부인 실종사건, 그리고 2000년 친구 수전 버먼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됐으나 범행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아울러 2002년엔 이웃주민을 토막살해 한 혐의로 붙잡혔지만, 변호사 덕분에 정당방위로 풀려났다. 결국 더스트는 스스로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다시 붙잡혔지만, 막강한 변호인단을 꾸린 그가 죗값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앨런 스탠포드, 사기 친 돈으로 오바마에 기부까지?=2009년 2월 19일(현지시간), FBI는 앨런 스탠포드(당시 56세) 당시 스탠포드금융그룹 회장을 워싱턴 남쪽 50㎞ 지점에서 찾아내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80억달러 규모 폰지사기(다단계 식으로 운영되는 사기성 투자)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스탠포드는 시장평균보다 금리를 더 쳐주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았다. 하지만 지급된 이자는 사실 투자자 스스로 넣은 원금이었다. 이후 그는 2009년 초부터 투자자에게 약속한 고수익 지급이 가능한 지에 대해 당국의 의혹을 받았다. 같은 해 2월 17일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스탠포드를 기소하기 직전까지 그가 유치한 예금자 자산은 85억달러(한화 9조4000억원), 투자자는 130여개국 5만여명에 달했다.

기소 직후 스탠포드는 자신의 금융그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한 유력 정치인 다수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결국 2012년 6월 14일, 미 지방법원은 스탠포드에 대해 “아주 죄질이 나쁜 사기”라며 징역 110년형을 선고했다. 이 날 증인으로 참석한 한 피해자는 “스탠포드는 서민들을 속여 왔다”며 “투자자들 대부분은 은퇴한 교사나 퇴역군인, 공장 노동자들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 주에서 나고 자란 스탠포드는 휴지조각이 된 부동산을 사들여 시장 반등을 기다렸다 비싸게 되파는 방식으로 억만장자가 됐다. 1980년 대 초 텍사스산 원유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자산시장이 살아난 환경을 잘 이용했다. 잘 나가던 시절 그의 순자산은 최고 22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형장 이슬로 사라진 ‘조폭부자’ 류한=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부호가 미국에만 있는 건 아니다.

2014년 5월23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셴닝(咸寧)시 중급인민법원은 고의살인 및 조직폭력 등의 혐의로 기소된 류한(劉漢) 한룽(漢龍)그룹 회장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류 회장은 1993년 쓰촨(四川)성 일대에서 도박업소를 통해 돈을 모아 1997년 3월 한룽그룹을 세웠다. 이 회사는 전력ㆍ화학공업ㆍ광산 등의 사업으로 쓰촨성 최대 민영기업이 됐다. 2013년 류 회장의 자산은 160억위안(한화 2조8500억원)에 달해 중국 부호순위 32번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앞서 2009년엔 2억위안을 기부해 후룬연구소가 집계한 ‘자선부호’ 1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전 정권 실세와의 유착은 그에게 결정적 ‘비수’가 됐다. 류 회장과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의 관계가 그것이다. 저우융캉 상무위원은 현 시진핑 정권의 핵심 사정대상이다.

결국 현지 사정당국은 류 회장에게 폭력조직 운영으로 인한 살인 등의 혐의를 씌웠다. 우리 돈 7조5000억원에 상당하는 불법이익을 챙긴 혐의도 받았다.

재판 당시 “혐의를 받아들일 순 없으나 내 인생은 끝났다”며 울먹였던 류 회장은 약 7개월 뒤인 올 2월 처형당했다.

▶동양그룹 사태, “피해자 4만여명…유례없는 범죄”=최근 검찰이 사회지도층 비리 척결을 강조하며 구체적으로 든 사례 중 하나는 동양그룹 사태다. 현재현(65) 전 동양그룹 회장은 회사 위기를 미리 인지 했음에도, 동양 관련 기업어음(CP) 등 투자상품이 투자자에게 ‘불완전판매(상품 기본내용ㆍ투자위험성 등을 알리지 않고 판 것)’됐다는 점이다.

2012년 10월 18일, 이승국 당시 동양증권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현 전 회장 등에게 “(주)동양에 문제가 생기면 동양증권이 발행한 그룹 관련 금융상품 고객의 피해가 예상되니 보호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현 전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감지한 사실상 첫번 째 위기신호였다. 그러나 이후 동양그룹 6개계열사는 2013년 9월까지 11개월여 간 CP와 회사채 5조7656억원을 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현 전 회장은 2013년 10월 17일 국정감사에 나와 동양증권 CP등이 불완전판매됐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이후 2014년 1월 13일 그는 1조원대 사기성 어음과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와 계열사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됐다. 회삿돈 100억원대를 횡령한 혐의도 추가됐다.

결국 같은 해 10월 현 전회장은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이 형량은 2000년 이후 재벌총수가 선고받은 형량 가운데 가장 무겁다.

재판부는 현 전 회장의 행위를 “피해자가 4만여명에 이르고 피해금액이 1조2900억여원에 달하는 등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범죄”라고 평가했다.

재판부도 강도높게 비판한 재벌총수의 말로는 어떨까. 공교롭게도 현 전 회장의 재산엔 그가 국정감사에 출석했던 다음 날부터 줄줄이 압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가 살던 서울 성북구 330번지 자택(지하2∼지상3층ㆍ건축면적 1452.75㎡) 등기부에 따르면 2013년 10월 18일부터 2014년 6월10일까지 9건의 가압류가 걸려있다. 금융기관과 동양그룹 계열사 등이 압류를 걸며 청구한 누적금액은 총2778억원에 이른다. 농협은행이 이 주택과 토지를 공동담보로 한 근저당 설정액도 100억원 이상이다. 주식자산도 바닥이다. 16일 기준, 현 전 회장이 보유한 동양네트웍스 주식의 지분평가액은 2700만원에 불과하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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