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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에서 정지 심장 이식 수술 첫 성공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이미 박동을 멈춘 심장을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유럽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 뇌사 상태인 기증자의 몸에서 뛰고 있는 심장을 쓰는 기존 수술법과 달리 이번 새로운 수술법은 심장과 폐 등이 멈춘 순환계 사망자 시신에서 뛰지 않은 심장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이 수술법으로는 이식이 가능한 심장이 늘어나는 만큼 영국에서만 심장이식술이 25%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BBC와 가디언 등 외신은 캠브리지대의 외과의사들이 유럽에서 최초로 뛰지 않는 심장 이식수술에 성공했다고 26일 보도했다. 팹워스병원 의학팀은 10년간의 연구 끝에 지난달 이같은 새로운 수술법에 성공했으며, 심장을 받은 런던에 사는 60세 휴세인 울칸은 현재 건강하게 회복했다고 밝혔다.
사진 =BBC

팹워스병원 의학팀은 사망한 지 5분이 지나지 않은 시신에서 멈춘 심장을 활용했다. 초음파로 이 심장의 기능이 살아있는지 평가한 뒤, 50분 가량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그런 다음 심장을 ‘하트 박스(heart-in-a-box)’로 불리는 기계에 보관, 심장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심장을 수술 전에 3시간 가량 더 뛰게 만들었다.

이 기계는 심장 뿐 아니라 폐, 간, 신장 등의 신체 장기를 몸 밖에서도 기능을 계속하게 만드는 장치다.

기존 신체 장기 이식수술에선 장기가 냉동처리되는 과정에서 손상이 올 수 있는데, 팹워스병원 의학팀은 사후 장기의 기능을 복구, 영양분을 계속 공급함으로써 손상 가능성을 줄였다.

새 수술법으로 심장을 이식 받은 울칸은 수술 뒤 응급실에서 나흘을 보낸 다음퇴원해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2008년에 심장 발작으로 고생했다는 울칸은 BBC에 “수술을 받기 전에는 거의 걸을 수도 없었고, 쉽게 숨을 내쉴 수도 없었다. 삶의 질이라고는 없었다”며 “이제는 매일 더 건강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BBC

이 병원 심장 이식 담당인 사이먼 메세르는 “경이적인 성과다”며 “이전에는 심장이식수술을 받지못한 사람들이 이제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스티븐 라지 외과의는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다며 “심장을 기증받아 영국에서만 심장이식 수술이 25%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정지된 심장 이식술은 1960년대에 처음 시도됐지만, 당시에는 이식받은 환자의 건강 상태가 빨리 악화돼 보편화되지 못했다. 지난해 호주에서 세계 최초로 ‘하트 박스’ 기계를 활용해 정지된 심장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미국 의료기기회사 트랜스메딕스가 만든 이 기계는 영국에선 환자 당 15만(2억5000만원)~17만500파운드의 사용료가 든다.

영국 심장재단에 따르면 최근 12개월 간 영국에서 시행된 심장이식수술은 171건이었으며, 250여명이 심장이식수술 대기명단에 올라 있다. 또 심장 질환자는 90만명이다. 메세르는 “현재 대기자가 수술을 받으려면 3년을 기다려야한다. 대기자의 절반 미만만이 이식 수술을 받는데, 대기자의 13%가 대기 중에 사망하고, 30%는 건강이 악화돼 수술을 받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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