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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기? 투자?…‘유가 100弗 귀환’ 베팅 급증
WTI 원유 3년물 콜옵션 매수 증가세
셰일가스 생산확대…‘찻잔속 태풍’ 전망도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국제유가의 하락 속에서도 선물 시장에선 ‘유가 100달러 시대’가 다시 올 것이란 전망에 한 표를 던지는 투자가들이 늘어 관심을 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이 “국제유가가 다시 100~120달러로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 발언이 나온 지 얼마되지 않아 선물 시장에선 이와 정면 배치되는 투자 행동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서부텍사스산(WTI) 원유 선물 지수가 2018년 12월에 배럴 당 100달러를 돌파하면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 매수가 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콜옵션은 미래 시점에 정해진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즉 모두가 유가 하락을 외치는 현 시점에 싼 가격에 콜옵션을 사들여, 향후 유가가 오르면 실물 가격 보다 더 싼 가격에 원유를 살 수 있는 권리를 팔아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다.

FT에 따르면 이러한 조건의 콜옵션을 사들인 미결제거래잔고는 총 270만 배럴 어치였으며, 이는 이 달 초와 비교해 거의 3배 규모로 증가했다. 25일 원유 선물시장에서 WTI 2018년 12월 인도분 중간 가격은 배럴 당 64.25달러였다. 2011년 중반만 해도 같은 조건의 선물 계약은 배럴 당 100달러 이상에서 거래됐었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의 2018년 WTI 평균 전망치는 배럴 당 75달러다. 콜옵션 가격은 배럴 당 2.36달러로 상대적으로 싸며, 결제 시점도 3년이나 남았다. 가장 근래에 WTI가 배럴 당 64달러에서 100달러로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20개월이었다고 FT는 지적했다.

CTA파이낸셜의 크리스 도프 원자재 트레이딩 자문은 전날 시장에서 한 원자재 헷지펀드가 올해 연말 인도분에 대해선 하락에 돈을 걸면서도, 3년물 콜옵션을 사들이는 투기(speculation)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콜옵션 매수는 “매우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며 “낮은 프리미엄 가격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유가 100달러 조건의 콜옵션’ 매수 바람은 아직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보여진다. 셰일유 생산이 확대돼 저유가 기조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훨씬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주 미국의 원유 생산은 하루 942만배럴로 1970년대 이후 최고를 기록했으며, 원유 재고량은 820만 배럴로, 정유 수요의 약 30일분이 유지되고 있다.

전날 시장에선 2015년 12월에 WTI가 배럴 당 40달러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행사할 수 있는 풋옵션 거래 역시 활발했다. 40달러에 결제되는 풋옵션의 미결제거래잔고는 총 2130만배럴, 35달러 조건에는 2700만 배럴 규모였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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