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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분간 급강하한 독일 추락 여객기…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들
[헤럴드경제] 150명의 희생자를 낸 독일 저가항공 저먼윙스 여객기 사고 당시 프랑스 관제탑과 연락이 두절된 채 추락 직전 8분간 급강하한 이유에 대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승객 144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운 저먼윙스 A320 여객기는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이륙한지 45분이 지난 10시45분께 순항고도인 3만8000피트를 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1분이 조금 안 돼 갑자기 하강을 시작해 분당 4000피트 속도로 8분간 떨어져 내렸다.

조종사들은 기체가 급격히 추락하는 동안 관제탑에 조난 신호는 물론 여객기에 이상이 있다는 아무런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

10시47분께 관제탑에서 기체 급강하에 따라 조난 경보를 보냈지만 조종사들과 교신은 이뤄지지 않는 상태였다.

10시53분께 기체가 6800 피트 지점에 이르러 기체에서 자동으로 보내는 고도와 비행속도 정보도 끊겼다. 직후 여객기는 추락했다.

추락지점 인근의 유명 스키 리조트 프라 루의 여행안내소 직원은 “귀청이 터질 듯한 소리가 났다. 산사태가 난 줄 알았는데 조금 다른 소리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항공기 사고의 80%가 이착륙 과정에서 발생하고 순항고도에 진입한 항공기에서 사고가 나는 것은 10%에 불과하다며 이번 사고는 이례적인 것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마크 로젠커 전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위원장도 미 CBS방송에 “순항고도에 다다른 항공기에 문제가 생겨 추락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객기가 악천후도 아닌 상황에 조난신호도 없이 갑작스레 강하를 시작한 것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 조종사는 영국 BBC 방송에 사고 여객기가 강하한 속도는 정상적인 경우의 두배지만 여객기는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강하해도 괜찮은 성능을 지녔다고 덧붙였다.

그는 비상 상황에서 조종사의 최우선은 조종을 통제하는 것이며 어느 정도 통제가 되면 즉시 관제탑과 비상 교신을 하도록 훈련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경우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조종사들이 메이데이를 요청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재앙적인 상황에 대처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일단 급속한 감압에 따른 강하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체 부식 등에서 비롯된 급감압이 발생, 조종사가 숨 쉴 공기를 확보하기 위해 1만 피트 아래로 기체를 강하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AP는 단거리 비행용 항공기는 잦은 이착륙과 가압·감압 과정에서 장거리 비행용보다 빨리 노후될 수 있다면서 저먼윙스 여객기가 통상적 강하 속도의 2배인 분당 3000피트로 강하한 것도 급감압 때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보잉사 엔지니어였던 토드 커티스는 저먼윙스 여객기의 강하 과정이 급감압 상황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미국 시애틀로 향하던 영국 항공 여객기가 히드로 공항을 이륙한 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회항했는데 조종실 기압이 떨어져 조종사들이 산소 마스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 과정에서 항공기에 기술적 결함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체에 장착된 고도 센서, 속도 센서 등에 이상이 발생했거나 조종실 내 모니터들이 잘못된 정보를 표시했을 수 있다.

이번 사고와 같은 에어버스 기종의 에어프랑스 여객기가 2009년 비행 속도를 잘못 측정해 폭풍우 속에서 대서양에 추락했고, 루프트한자 에어버스 기종도 지난해 11월 자동조종장치의 결함으로 1분에 4000피트 급하강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AP는 지적했다.

조종사가 강하 과정에서 알프스 산악지대의 고도 계산을 잘못하는 등 실수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다.

사고 여객기는 기령이 24년이 된 A320 노후 여객기로 퇴역이 얼마 남지 않은 여객기였다.

또한 바쁜 비행일정을 소화하고 있기도 했다. 사고 당일 아침 뒤셀도르프에서 출발해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후 다시 비행시간이 90분인 뒤셀도르프로 향했다.

아울러 여객기는 사고 전날 한 시간 가량 앞바퀴 개폐문 보수를 받았다. 다만 저먼윙스 측은 “문에서 나는 소음 때문에 보수를 했다”며 안전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사고 원인 시나리오 가운데 조종사들의 실수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근 조종사들이 오랜 비행시간 경력을 지녔더라도 자동운항 대신 직접 수동 조정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전했다.

여객기는 훈련된 조종사들이 지켜보고 있는 복잡한 컴퓨터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조종사들이 수동 조종 능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으며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이른바 ‘자동운항 중독’에 대한 우려가 점증돼 왔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 기상 여건은 괜찮았다. 조종사들은 기상 여건으로 항로나 고도를 변경할 경우에는 관제탑에 이를 알린다. 이번 경우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25일 현지 라디오 RTL과 인터뷰에서 “조사반이 어떤 사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테러 공격을 받아 추락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다”고 테러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전날 사고 현장에서 수거된 조종석 음성녹음장치(CVR) 분석 작업이 마무리되면 8분 간의 미스터리의 원인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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