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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정한 ‘아랍상인’ 후예들…전략없이 조급해하면 진다
제2 중동붐 일으켜라…본지-무협 중동 진출기업 위한 긴급좌담회
제조업 공장 설립에 강한 애착…ICT·신재생에너지 분야 합작 유망
중동 기업 실적 필요한 전문경영인 체제…장기계약 위해 초기 ‘신용거래’ 고려해야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올해 첫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 중동 순방 성과에 대한 이행과 확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중동은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해 사회간접자본(SOC)ㆍ보건ㆍ정보통신(IT)ㆍ금융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월드컵과 엑스포, 대규모 국제 행사도 예정돼 있다.

헤럴드경제와 한국무역협회는 23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중동 순방 때 동행한 경제사절단이 거둔 성과를 분석하고, 향후 이 지역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에게 노하우를 전하는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계약 성과 뿐 아니라 신규 사업영역 개척 등 잠재 성과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생생하게 들려줬다.

박근혜 대통령 중동 순방에 동행한 고성환(왼쪽부터) 에코필 대표와 김명자 보우실업 대표, 박혜린 옴니시스템 대표, 김기용 대모엔지니어링 상무가 23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제2의 중동 붐 조성을 위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한국과 중동 국가 간 협력ㆍ진출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점쳐 본다면.

▶고성환 에코필 대표=중동 산유국들은 석유산업 의존도를 낮춰가며 다양한 제조업 등의 산업으로 진출할 전망이다. 제조 플랜트와 더불어 관련 환경오염 방지시설의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박혜린 옴니시스템 대표=중동 국가는 상대적으로 제조기반이 약하다. 때문에 현지 제조 공장 설립에 굉장한 관심이 있다. 우리 ICT 및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지 기업과 합작회사 설립을 통한 한국 기업의 중동 진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다른 업체에게 소개할만한 유의점이 있다면.

▶김기용 대모엔지니어링 상무=중동 기업들은 대부분 전문경영인을 두고 업무를 대행시키고 있다. 자신의 성과를 도출해야 지속적으로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과 품질 검토에 매우 치밀하다. 어느 정도 선에서 외상거래를 제안해야 할 것 같다. 또 중동 국가들은 도로나 병원 등의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김명자 보우실업 대표=중동 4개국 모두 경제를 이끄는 자국민은 소수다. 하지만 상당한 구매력을 가지고 있다. 고급제품의 수요가 활성화 돼 있는 점을 활용해 비즈니스 전략을 짜는 게 좋다.

▶박 대표=중동 국가는 현지 벤더와 계약을 통해 진출해야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진출 전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믿을 수 있는 벤더를 접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거래 시 현지 관행을 고려해 가급적 신용장 방식(LC) 결제로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고 대표=중소기업이 중동에 단독 진출하기까지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고통이 있다. 특히 성격이 급한 한국 기업들은 현지인의 협상전략과 배짱에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최소 몇주라도 현지에 체류하면서 정확한 구매자 그리고 판매 루트를 조사해야 한다.

-이번 성과가 장기적인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게 보완해야 할 사항은.

▶박 대표=‘성과 이행에 대한 확산’이 필요하다. 현지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정책 금융 자금 및 투자 보증 등의 자금 지원책과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한 장려책 등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고 대표=현지 국가의 문화와 관행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해당 국가 시장을 파고들어야 한다. 또 경제사절단이 해당 국가와 서명한 MOU에 대한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MOU 체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김 상무=이번에 처음 진행된 1대1 상담회가 향후에도 계속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상담회에 참가한 현지 기업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고 대표=아랍 상인들의 후손답게 굉장히 냉정하다. 지명도가 높지 않은 우리 같은 소기업이 설계한 플랜트를 제안하면 그 자리에서 다른 나라 제품의 가격을 조회하고 흥정한다. 또 브랜드 이미지나 납품실적이 초라하다는 점을 파고드는가 하면 저가의 다른 나라 제품을 거론하면서 압박한다. 그러나 이번 순방 때 국가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무사히 협상을 마칠 수 있었다.

▶김 상무=이원해 대모엔지니어링 대표가 쿠웨이트에서 대통령을 접견했는데, 대통령께서 “원하는 대로 다 이루세요”라는 짧은 격려 말씀을 건넸다. 이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 또 기대했던 이상의 실적과 잠재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김 대표=1989년 무역 사절단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갔다. 사우리아라비아는 당시 부모나 남편 없이 여성의 단독입국을 거부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출입국 기록을 보고 국제 비즈니스 우먼임을 확인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단독입국 여성이다.

-이번 중동순방의 특징은.

▶김 상무=기존에는 막연한 비즈니스 포럼이 주로 있었는데, 이번에는 잠재고객과 미팅을 주선하는 1대 1 상담회가 실시됐다.

▶고 대표=대통령께서 직접 경제사절단을 이끈 점이다. 동시에 재계 수장들이 대거 참여했다. 현지에 여러 형태로 이미 진출한 기업에게는 우리를 알리는 뜻깊은 순방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리=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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