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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이 든 성배’ 司正의 정치학
집권세력엔 늘 달콤한 유혹…도를 지나칠땐 불신 부메랑


박근혜 대통령과 이완구 국무총리의 부패척결 선언 이후 검찰을 필두로 하는 정부 기관들의 사정(司正) 정국이 본격화하고 있다.

검찰 수사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소환을 앞두고 분수령을 맞고 있다. 자원외교비리 수사도 속도를 내면서 사정의 칼끝은 전 정권의 심장부로 향하고 있다.

사정(司正)의 사전적 의미는 ‘그릇된 일을 다스려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이번처럼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정을 히든카드로 꺼내든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정ㆍ관계 주요 인사들은 물론 재벌기업 총수들까지도 예외 없이 타깃이 되곤 했다. 


▶양날의 칼=대규모 검찰 권력을 동원한 사정 수사는 집권 세력에겐 늘 ‘달콤한 유혹’이다. 하지만 과도한 사정 드라이브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검찰의 사정 수사는 ‘양날의 칼’, ‘독(毒)이 든 성배(聖杯)’로 불린다.

수사가 시작될 때마다 검찰은 “증거와 법과 원칙에 입각한 절제된 수사”를 공언한다.

그러나 수사 대상자가 체감하는 사정의 강도는 여전히 융단폭격에 가깝다. 전직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환부만 도려낸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는 전면적인 수사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수사는 역풍을 맞고 결국은 민심이 등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사정 수사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정권 등 외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주문한다.

그러나 동시에 검찰을 가장 잘 활용하고 부릴 줄 아는 정권 만이 사정의 과실을 제대로 향유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성공한 사정, 실패한 사정=과거 문민정부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자 집권 3년 차인 1995년에 ‘역사 바로 세우기’를 내세워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다.

1999년과 2003년에는 각각 외환위기와 불법 대선자금이 도마에 올랐다.

이명박(MB) 정부 때는 당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에 검찰의 칼날이 향했다. 사정이 성공했을 때는 국면전환뿐만 아니라 ‘경제 투명화’로 투자가 촉진되고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까지 올라갔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지난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등 여ㆍ야를 가리지 않는 뚝심 있는 수사로 ‘국민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도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구속해 ‘재계 저승사자’로 불렸다.

‘특수통’인 검찰 고위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현대차의 비자금 사건과 지난 2003년 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구속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건을 성공한 케이스로 꼽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가 장기화하거나 눈에 띄는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에는 ‘꼬리자르기식 수사’, ‘전면전식 수사’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 때마다 검사들은 줄줄이 옷을 벗어야 했다. 특히 정치적인 판단이 깔린 수사는 최악의 참사를 불러오기도 했다.

▶사정의 정치학=검찰과 정권 사이 ‘보이지 않는’ 암투도 사정정국의 성패에 영향을 줬다. 참여정부 첫 해 대선자금’ 수사로 당시 여권은 정치적 기반을 확고히 장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권과 ‘긴장 관계’를 유지했던 검찰로 인해 집권 여당이 성공의 파이를 모두 차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MB 시절 검찰은 비교적 정권과 가까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대기업 수사에서 유난히 검찰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 배경을 두고 기업들의 치열한 로비 때문이라는 말들이 돌았었다. 친기업 성향 정권의 생리를 파고 든 기업들의 로비가 성층권에서 작용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이인의 김경진 변호사는 “지금과 달리 정권 핵심부에는 검찰 출신보다는 친기업 성향의 사람들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최상현ㆍ양대근 기자/sr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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