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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사는‘뜨겁게’…AIIB는‘은근하게’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로 본 주요현안 온도차
사드는 논란우려 언급 안해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동북아 주요 현안의 중요도가 ‘재배치’됐다. 한자리에 모인 3국의 관심사가 반영된 결과다.

가장 뜨겁게 외교가를 달궜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는 숨 고르기에 들어가며 한층 식은 모양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이미 한국 가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은근한 대화만 오갔다.

대신 동북아의 해묵은 과제인 과거사가 다시 달궈졌다. 중국이 강하게 일본을 압박하면서 3국 정상회담 성사 여부도 사실상 일본의 과거사 반성에 달렸다. 4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을 시작으로 동북아는 과거사 시험대에 오르게된다.

▶과거사는 ‘뜨겁게’=3국 외교장관 회의 이후 가장 뜨거운 관심은 사드도 AIIB도 아닌 과거사가 됐다. 중국이 과거사를 두고 일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정시역사(正視歷史, 역사를 똑바로 본다) 개벽미래(開闢未來, 미래를 연다)가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라고 강조했다. 일본이 과거사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는 한 동북아의 발전적인 미래가 없다는 취지다.

중일 간 열린 양자회담에선 절반 가량이 과거사 논쟁에 할애됐다. 이후 양국 간 격론이 벌어지면서 3국 외교장관 회의도 예정보다 1시간 이상 늦게 시작했다. 왕이 외교부장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서로 눈길도 손길도 외면했다. 3년 전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 영토분쟁으로 대립한 양국은 이번엔 과거사로 대립각을 세웠다.

▶사드는 ‘추후에’=정작 관심이 가장 뜨겁던 사드는 이번 회의에서 언급 자체가 사라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드는 회의 의제도 아녔고 협의도 없었다”고 전했다. 지난 3국 고위급회의에서도 사드는 공식 의제가 아니었지만, 중국 측 대표인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직접 기자에게 “중국의 관심과 우려를 중시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밝혀 사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번엔 중국의 태도에 다소 변화가 느껴진다. 왕이 외교부장을 대상으로 사드 관련 질문이 쇄도했지만, 그는 “우린 이미 여러차례 얘기 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미 수차례 강하게 한국과 미국을 압박한 상태에서 굳이 또 언급해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미국 합참의장과 국방장관, 국무장관이 연이어 방한하는 만큼 한미 간 사드 논의 추이를 일단 지켜보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AIIB는 ‘은근히’=한국 가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AIIB는 긴장관계가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AIIB와 관련, “한국이 진일보한 검토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회담 내에서도 한국이 창립가입국이 되길 희망한다는 중국 측의 입장과 각 요소를 종합 검토해 곧 결정을 내리겠다는 우리 측의 입장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창립가입국이 되려면 3월 말까지 AIIB 가입을 결정해야 한다고 재촉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가입 시기 및 발표시점 등을 두고 막판 조율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3국 정상회의는 ‘글쎄’=3국 외교장관회의의 최대 과제는 3국 정상회의 성사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3국 정상회의가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3국이 정상회의 개최 필요성에 공감한 건 진일보한 성과이지만, 실제 개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과거사가 최대 걸림돌이다. 중국이 공개적으로 일본을 과거사로 압박하면서 당장 4월에 예정된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됐다. 과거사 사죄 메시지가 담길지, 어떤 수위로 담길지가 관건이다.

4월에 이어 6월엔 한일 수교 50주년이 예정돼 있고 8월엔 아베 담화가 나온다. 때문에 정상회의 성사 여부는 8월 아베 담화가 나온 뒤에야 가늠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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