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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등포 쪽방촌 541세대…그들이 떠나지못하는 까닭은?
주민 60~70%가 기초수급 의존
급할땐 인근 교회에서 공짜밥…가장 큰 이유는 이웃간 돈독한 情


“쪽방촌 얘기가 나오면 흔히 달리는 댓글이 있어요. ‘왜 열심히 일 안 하냐’, ‘월세 싼 지방 놔두고 왜 서울살이 하느냐’”

7년째 영등포 쪽방촌 치안을 살피는 영등포역전파출소 정순태(53) 경위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말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열악한 형편에 3.3㎡(1평)짜리 쪽방 월세로 20∼30만원이나 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주민들이 게으르다고 타박받는다는 것이다. 

영등포 쪽방촌에 8년째 살고 있는 정모(61) 씨의 방. 그는 기초수급자로 47만원을 받아 30만원을 월세로 낸다. 정 씨는 “돈을 모아 다른 곳으로 이사한다고 해도 월세를 낸 뒤 다른 의식주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그래도 쪽방촌에선 갑자기 먹을 것이 떨어지면 도움을 구하러 갈 곳이 있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 60∼70%는 기초수급에 의존하는 독거노인이거나 장애인, 병들어 일할 수 없는 이들이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은 막노동이나 파지줍기를 한다.

541세대, 약 600명이 이곳 쪽방촌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이유는 이곳엔 ‘밥’과 ‘의사 선생님’ 같은 복지가 있기 때문이다.

쪽방살이 5년차 정모(61) 씨는 7살 때 부모를 잃고 고향 부산을 떠나 서울 잠원동 성심원에서 자랐다.

17살부터 봉제기술자로 일했고, 30살 후반부터 막노동을 시작했지만 눈은 침침해지고 몸은 갈수록 상해갔다.

정 씨는 일반수급 47만원 중 30만원을 쪽방 월세로 쓰고 있다. 하지만 쪽방촌은 정 씨가 택한 마지막 공간이다.

“급할 때 토마스의 집이나 광야교회에서 밥을 먹을 수 있어요. 최소한 배를 곯지 않는 거에요. 다른 데는 이런 곳이 거의 없어요.”

쪽방촌 8년차 최모(72) 씨는 심한 통풍으로 일을 하지 못한다. 그는 전라도 고향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지방에는 병원이 없어 치료를 받으려면 광주 시내까지 나와야 한다.

그는 “그렇게 되면 오고가는 교통비로 방값을 제외한 나머지 생활비를 모두 축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월세 부담이 더 많다고 해도, 병원과 가까운 쪽방촌이 더 낫다. 이들이 쪽방을 떠나지 못하는 데는 이웃 간의 정(情)도 큰 이유를 차지한다.

지난 2013년 6월 서울 서대문에 있는 임대주택에 들어간 송모(71) 씨는 ‘쪽방촌 출신’이라는 주변의 수군거림과 ‘너는 너, 나는 나’ 같은 생활에 신물이 났다. 정 경위는 “일반 아파트 주민은 임대주택 주민과도 어울리지 않으려고 하는데 쪽방촌 출신이라면 오죽하겠나”라고 말했다.

결국 송 씨는 이사 간 뒤에도 계속 쪽방촌 이웃들을 찾다, 결국 반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이지웅ㆍ양영경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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