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편의점서도 약 파는데…” ‘약파라치’에 약국은 ‘울상’
[헤럴드경제=배두헌ㆍ이세진 기자] #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 30대 남성이 들어오더니 약국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약사 A 씨가 무엇이 필요한지 묻자 이 남성은 “괜찮다”며 구경을 계속한다.

몇분 후 약사가 다른 손님의 약을 조제하는 사이 이 남성은 종업원에게 접근해 “두통약 하나만 달라”고 말을 한다. 두통약을 받아 든 남성은 “머리 아플 때 먹는거죠?”라고 물어 “네”라는 종업원의 답을 들은 뒤 약국을 나왔다.

며칠 뒤 A 씨는 약사법 위반 혐의(무자격자 약 판매)로 조사를 받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두통약을 찾았던 30대 남성은 손님이 아니라 전문 ‘약파라치’(약국 파파라치)였다. 이 남성은 몰래카메라로 위 장면을 그대로 찍어 보건소에 신고했다.



지난 2002년 등장한 ‘약파라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면서 약국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두 사람이 짝을 지어 약국의 불법행위를 유도하는 악성 약파라치까지 등장한 실정이다.

지난해 9월 권익위가 신고 포상금을 1인당 연간 10건으로 제한하고 불법행위를 유도한 건에 대해서는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지만 약파라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23일 관내 대형 약국이 많은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전문 약파라치에 의한 약국 신고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거의 매일같이 사건이 들어온다. 일대 약국 중 약파라치에게 안 당해본 곳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사들은 종업원들의 판매가 불법이란 것을 인정하면서도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지난 2012년부터 편의점에서 감기약, 두통약 등 13개 품목이 ‘안전상비의약품’이란 이름으로 판매되는 것을 두고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약사가 아닌 비전문가가 일반의약품을 팔아도 ‘약국에서는 불법, 편의점에서는 합법’이 되는 상황이란 것이다.

노원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B 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도 일반의약품을 팔고 있는 상황에서 약국 종업원이 두통약이나 감기약을 내주는 게 문제가 되니까 조금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편의점에는 위험하지 않은 품목만 있다고 하지만 사실 진통제 등도 오남용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안전하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종업원이 팔 수 있으니 약국에서도 종업원이 팔 수 있게 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약은 반드시 약사의 손을 거쳐 복용지도를 하고 판매해야 하는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다 보니 문제가 계속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의 요구에 의해 안전하다고 인정되는 약품에 대해서만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다”면서 “편의점에서 파는 약품은 아주 제한적인데 반해 약국에는 품목이 훨씬 많기 때문에 약국 종업원이 판매하는 행위는 우려가 크다”고 선을 그었다.

badhone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