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김이나 “작사는 문학이 아니라 철저히 실용음악”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난 널 안고 울었지만 넌 나를 품은 채로 웃었네/오늘 같은 밤엔 전부 놓고 모두 내려놓고서/너와 걷고 싶다 너와 걷고 싶어/소리 내 부르는 봄이 되는 네 이름을 크게 부르며/보드라운 니 손을 품에 넣고서”(조용필 ‘걷고 싶다’)

대중은 철저히 노래를 부르는 가수에 집중할 뿐, 그 노래를 만들고 연주하는 이들에 대해 무관심한 편이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김이나는 작사가로선 드물게 스타 가수 이상의 무게감을 보여주는 존재이다. 아이유의 ‘좋은 날’부터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까지 생생한 서사와 감각적인 단어를 가진 그의 가사를 찾는 가수들은 신인과 중견을 망라한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올해 김이나에게 저작권료 수입 1위 작사가에게 수여하는 KOMCA 대중 작사 부문 대상을 안겼다. 

김이나 작사가가 지난 19일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자신의 작사법을 담은 책 ‘김이나의 작사법(문학동네)’ 출간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사진제공=문학동네]

작사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김이나가 비급(祕笈)을 공개했다. 김이나는 지난 19일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자신의 작사법을 담은 책 ‘김이나의 작사법(문학동네)’ 출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김이나는 “작사가 지망생들로부터 작사가가 되는 법에 대한 문의를 너무 많이 받아 이에 대한 왠지 모를 부채의식이 있었다”며 “감성적인 내용보다는 작사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실용적인 조언을 책에 담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이나가 처음부터 작사가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음악 산업에 종사하고 싶었던 그는 MP3 플레이어 제작 업체, 연예기획사 등 음악과 가까운 곳에서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작사가 데뷔는 우연이었다. 휴대전화 벨소리 제공 업체에서 차트 페이지에 올리는 추천곡을 고르던 김이나는 김형석을 만나 작사가의 길을 걷게 됐다. 작곡을 가르쳐 달라던 그의 부탁에 김 작곡가는 글을 재미있게 쓰니 작사를 해보라고 권했다. 데뷔작인 성시경의 ‘10월에 눈이 내리면’ 가사는 그렇게 탄생했다.

김이나는 “어릴 때부터 어떤 노래가 좋아지면 가수보다는 작곡가를 먼저 검색하는 것이 습관이었다”며 “무슨 일이든 대중음악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겠다고 결심했고, 창작을 하지 않더라도 그 산업의 일원이 되고 싶었다”고 전했다.


가사는 흔히 시와 비교된다. 김민기의 포크 음악, 고(故) 이영훈 작곡가가 만든 이문세의 히트곡들은 가사만으로도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김이나는 “작사가에게 있어 가사는 실용음악의 영역일 뿐 시는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김이나는 “포크 음악이 득세했을 때에는 그에 맞는 시적이면서 자전적인 가사들이 등장하고, 일렉트로닉 댄스음악(EDM)이 유행하면 그 리듬을 살릴 수 있는 가사가 늘어난다”며 “많은 이들이 가사와 시를 가깝다고 여겨 작사를 어렵게 여기는데, 가사는 어떤 음악이 유행을 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가사에 담길 메시지에 욕심내는 일은 싱어송라이터의 몫”이라고 자신의 철학을 전했다. 이어 그는 “작사는 1차로 완성된 곡에 정해진 멜로디와 음절 수에 따라 글자를 붙이는 작업”이라며 “시는 완성된 하나의 문장을 만드는 일이지만, 가사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작사가는 음악을 완성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문학보다는 음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이나는 좋은 가사를 쓸 수 있는 비결로 가요에 대한 애정을 꼽았다. 김이나는 “조용필, 이선희의 노래 가사를 썼는데, 그들을 사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평소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상상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며 “가사와 곡이 나와도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가수의 몫이기 때문에 일단 노래에 빠져들고 그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삶을 상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작사가는 결코 문학적인 직업이 아니고, 대중음악산업이란 틀에서 움직이는 많은 이들 중 하나”라며 “뮤지션이 되고픈 것인지, 작사가가 되고 싶은 것이 먼저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함께 작업해고 싶은 가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김이나는 주저 없이 나훈아를 꼽았다. 김이나는 “‘홍시’ ‘영원’ 등 나훈아의 가사를 보면 말 그대로 어마어마하다”며 “중견 가수들의 곡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직설적인 표현을 피하게 되고 깊이 있는 가사를 고민하게 되는데, 그 가사가 거장의 연륜에 실려 상상하던 것 이상으로 표현될 때 작사가로서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이나는 “누군가 자신의 결정적 순간을 회상할 때 내가 쓴 가사와 그 노래를 기억한다는 것만으로 작사가란 직업은 해볼 만한 것 같다”며 “언젠가는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 소설도 출간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123@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