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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남주 기자의 유통이야기]죽여야 사는 우유의 비극?
[헤럴드경제=최남주 기자]미모의 여배우 제니버 로렌스가 캣니스 역으로 출연하는 ‘헝거게임’ 영화 잘 아시죠. 요즘 영화관 주변에선 ‘헝거게임- 모킹제이’편이 화두입니다. 시리즈로 제작된 ‘헝거게임’은 12개 구역의 사람들이 식량 배급을 받기 위해 각 구역별 10대 남녀 한쌍 씩을 뽑아 최후의 1인만이 살아남는 24시간 리얼리티 형식의 서바이벌 게임을 다룬 판타지 액션 영화입니다.

상대방을 죽여야 살아남는 잔인한 서바이벌 게임과 아름다운 여배우의 스릴 넘치는 활약상은 ‘헝거게임’이 영화 마니아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 포인트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영화 속 ‘헝거게임’처럼 상대를 죽여야 사는 곳이 우리 주변에도 있습니다. 바로 우유와 버터, 치즈 등을 만들어 파는 유가공업계입니다.


요즘 유가공업계에선 젖소를 도축하려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지난 1월부터 젖소 도축을 시작했고, 전국 낙농가 모임단체인 낙농진흥회도 대열에 동참키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우유협동조합에서 5400여마리, 낙농진흥회 3633마리 등 총 9033마리가 도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낙농가와 유가공업체 입장에서 젖소는 생계를 유지시켜주는 재산목록 1호인 동시에 가족이나 다름 없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왜 가족같은 젖소를 죽이는 선택을 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원유 재고량이 급증하면서 유가공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유시장은 원유 생산량은 늘어나는 반면 우유 소비량은 줄어드는 등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결국 우유 수급조절을 위해 원유를 생산하는 젖소를 죽이는 방법을 선택한 셈이지요.

그렇습니다. 현재 우유는 재고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는 게 유가공업계의 속사정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10년째 줄어든 것으로 나왔습니다. 분유 재고량도 13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죠. 반면 우유 생산량은 1년새 3.5% 가량 늘어났다고 합니다.

상황이 심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얼마전엔 사무실에 앉아 결재서류에 도장만 찍던 유가공업체 대표들이 어깨띠를 두른채 대형마트 쇼핑객을 향해 우유를 사달라고 읍소한 것은 이같은 사정 때문일 것입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슈퍼마켓에선 연일 우유 하나를 사면 하나를 공짜를 끼워주는 1+1 덤 판촉과 각종 사은품을 우유나 발효유 등에 끼워주는 사은행사가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과열적인 판촉행사에도 불구하고 우유 소비는 오히려 감소 추세라고 합니다.

저출산 및 다이어트족 확산과 대체음료 등장, 유제품 수입 봇물 등이 유제품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재들입니다. 그렇다고 수출 길이 넓은 것도 아닙니다. 다시 말하지만 젖소 도축은 우유 소비부진이 첫번째 원인입니다. 소비자들이 마시는 우유를 줄이면서 젖소의 비극이 시작된 셈이지요.

젖소를 도축한다고 낙농가나 유가공업계를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죽하면 젖소 도축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겠습니까. 이는 고육지책이며, 분명 최후의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여하튼 지금 유가공업계는 영화 속 ‘헝거게임’처럼 젖소를 죽여야 사는 서바이벌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우유의 비극을 막는 방법은 결국 소비자의 손에 달린 것 같습니다.

calltax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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