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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화의 힘, 보이는대로 느끼면 그 뿐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설치, 뉴미디어아트, 난해한 개념미술에 피로감을 느꼈다면 회화에 주목해보자. 때마침 삼성미술관 플라토(중구 세종대로)에서 현대회화가 12인의 전시가 열렸다. 대부분이 국내 처음 소개되는 작가들이다.

플라토의 회화 전시는 최근 미술계 변방으로 밀려났던 회화가 전세계적으로 다시 조명받고 있는 추세와 맥을 같이 한다. 2013년 영국 테이트브리튼의 ‘페인팅 나우(Painting Now)’전을 비롯해 2014년 미국 MoMA에서는 ‘더 포에버 나우(The Forever Now)’라는 타이틀로 대규모 회화전이 열렸다. 플라토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현대미술에서 회화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나섰다. 

타이틀은 ‘그림/그림자_오늘의 회화’다. 그림, 그리다, 그림자가 어원을 같이 하고 있다는 데서 착안했다는데, 타이틀과 연결지어 주제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저 보이는 그대로, 붓 끝의 에너지를 느끼면 그만이다. 

헤르난 바스, 달빛정원의 아비노(An Albino in the Moonlight Garden), 린넨에 아크릴, 182.9×152.4㎝, 2014 [사진제공=플라토]

헤르난 바스(1978생ㆍ미국), 리넷 이아돔-보아케(1977ㆍ영국), 데이나 슈츠(1976ㆍ미국), 브라이언 캘빈(1969ㆍ미국), 리송송(1973ㆍ중국), 셰르반 사부(1978ㆍ루마니아), 빌헬름 사스날(1972ㆍ폴란드), 질리언 카네기(1971ㆍ영국), 조세핀 할보슨(1981ㆍ미국), 케이티 모란(1975ㆍ영국)과 같은 해외 작가들과, 한국 작가 백현진(1972ㆍ한국), 박진아(1974ㆍ한국)가 참여했다. 특히 브라이언 캘빈을 제외하고는 모두 1970년대 이후 출생으로 국내ㆍ외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들이어서 회화의 최신 경향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눈에 띄는 작가는 헤르난 바스다. 세계적인 컬렉터와 아트딜러들이 일찌감치 유망주로 점찍은 작가로, 단기간 동안 작품값도 급등했다. 화려하지만 비현실적인 자연풍경 속에 젊은 남성의 불안한 초상을 담는 작품으로 유명한 바스는 이번 전시 참여 작가들 중 유일하게 2012년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다. 탐정만화, 소설 등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미국 전형의 키치 스타일을 구현해오고 있다. 작품 속 성적 긴장감과 혼란이 미묘하게 교차하는 초기작들은 게이 커밍아웃을 한 작가의 스토리가 덧입혀져 주로 동성애 코드로 읽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5점을 선보였다. 단순히 성적이고 퇴폐적인 메시지를 넘어서 성숙한 회화적 표현과 문학적인 신비로움이 돋보인다. 

빌헬름 사스날, 무제(캐스퍼와 앙카), 캔버스에 유채, 180×220㎝, 2009, ⓒWilhelm Sasnal, Courtesy Sadie Coles HQ London [사진제공=플라토]

빌헬름 사스날도 일찌감치 주목받은 작가 중 한명이다. 바스와는 다르게 주제와 스타일의 제한없이 삶의 기억, 순간의 느낌에 충실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때 그때 이미지에 맞는 화법 때문에 한 사람의 작가가 그린 그림인가 싶을 느낌이 든다.

영국의 여성작가 질리언 카네기는 회화 3점을 들고 나왔다. 2005년 회화작가로는 이례적으로 터너상 후보에도 올랐다. 무거운 색감과 전형적인 화면 구성으로 똑같은 장면과 주제를 ‘의도적으로’ 반복하는 그의 작품에서는 회화의 진득함이 느껴진다.

조세핀 할보슨은 ‘굳이’ 야외에서 이젤 페인팅을 고집하는 작가다. “사실주의 전통을 따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을 그리기 위함”이라는 것이 전시를 기획한 조나영 큐레이터의 말이다.

전시는 6월 7일까지 열리며, 일반 관람료는 3000원, 초ㆍ중ㆍ고교생 2000원이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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