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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에게 보내는 위로의 말, “OO야 힘내!”…대한민국은 자기위로 사회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OO야 힘내! 잘 할 수 있을거야” “화이팅! 멋진 한 주” “OO야 사랑해, 누구보다 널 사랑해”

평소 보고 싶었던 책, 마음이 환해지는 꽃과 함께 배달된 메시지들이다. 격려에 힘이 나고, 고마워 눈물겹기도 하다. 누군가의 사랑 인사인 듯 보이지만, 받는 이가 스스로에게 보낸 격려와 위로의 선물이다.

교보문고가 지난달 문을 연 ‘책 그리고 꽃’ 서비스. 매주 200개씩 전량매진을 기록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이 서비스 주문자의 23%가 스스로에게 선물을 보내고 있다는 것. 4명 중 1명이 자기위로(self consolation)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여기 담긴 메시지에 가장 많이 쓰인 단어가 ‘용기’와 ‘화이팅’이었다. 스스로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이 투영돼 있다. 


▶스스로에게 보내는 위로=자기위로는 자기선물(self-gifting)과 자기힐링(self-healing)을 위한 소비로 나타나고 있다.

지불할 만한 수준에서 누리는 ‘작은 사치(small luxury)’가 대표적이다. 한 개 가격이 4000원에 달하는 프랑스산 디저트인 마카롱의 폭발적 인기와 1만5000원짜리 프리미엄 커피, 오트 꾸튀르 향수, 그리고 혼자 즐기는 디저트 카페 겸 바 등을 자신에게 선물하며 고급스러움과 행복감을 느낀다. 따뜻한 자기위로는 ’집밥‘ 신드롬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따뜻한 밥과 반찬으로 제대로 된 식탁을 차리는 일은 자기애의 가장 기본적인 표현. 케이블채널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의 집밥 효과는 요리족들을 양산하며 프리미엄급 소금, 후추, 커리, 오일, 유기농쌀 등의 소비도 부추기고 있다.

‘나홀로 여행족’도 자기위로의 연장선상에 있다. 인터파크투어에서 에어텔 여행상품(항공권+숙박)을 구입한 고객 중 ‘나홀로 여행족’ 비중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36.5%에 달했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지난해 4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나홀로 여행을 가 본 경험이 있거나, 없다면 갈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10명 중 8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김헌식 동아방송예술대 교수(문화평론가)는 “현실에서 상처받은 자신을 위해 ’작은 사치‘를 하고 힐링하는 것이다.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스스로 보상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몇 년 전 대한민국을 흔들어 놓은 ‘아프니까 청춘이다’, ‘힐링’, ‘멘토’ 열풍을 이어 출현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수많은 사회 저명인사와 스타들이 줄지어 멘토로 나서고, 각종 힐링 이벤트들이 줄을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아진 것이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취업률은 여전히 바닥이고, 반대로 전세값 등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좌절과 상처 속에서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은 결국 나 밖에 없다는 인식이 표출된 결과가 자기위로 사회다.


▶‘아들러 심리학’ 열풍=자기위로는 최근 서점가에 불고 있는 아들러 심리학 돌풍과도 맥이 이어진다. 6주째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는 일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서서히 관심을 끌기 시작해 전연령층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타인의 시선에 힘들어하지 말라”, “미움을 받아도 괜찮다는 용기를 가져라”, “인생은 선(線)이 아니라 점(點)이다”, “현재가 중요하다” 등 인간관계와 열등감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장기 집권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서점가에 나와 있는 아들러 심리학 관련 책은 20여권으로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중적으로 출간됐다.

열등감 극복의 해법서로 통하는 ‘미움받을 용기’의 베스트셀러 효과로 ‘용기‘를 키워드로 한 서적들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 기시미 이치로의 ‘버텨내는 용기’, 이승민의 ‘상처받을 용기’, 로버트 스티븐 캐플런의 ‘나와 마주서는 용기’ 등이 종합 베스트셀러에 함께 올라 있다. 예스24 통계에 따르면 아들러 심리학 관련 도서를 찾는 독자들은 30대가 36.4%로 가장 많고 40대 33.2%, 20대가 17.2% 순으로 나타났으며, 50대 독자층도 10. 9%나 차지했다. 남성과 여성 비율은 각각 37.4%, 62.6%로 여성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눈길을 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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