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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행안전 위협하는 백화점 VIP 주차장
주차면 표시·안내표지 없어
관할구청 “사유지 감독권한 없다”…市 보도블록 10계명에도 어긋나


#. 지난 15일 오후 롯데백화점 잠실점 정문 앞.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주부 허모(33ㆍ여) 씨는 황당한 경험을 당했다. 모처럼 따뜻한 날씨에 9개월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롯데 잠실점 정문 앞 보행로를 지나는 순간 정면에서 달려오는 외제차를 보고 어디로 피해야할지 몰라 식은 땀을 흘렸다.
다행히 외제차가 멋지게(?) 좌회전을 한 뒤 유유히 후진 주차를 하면서 위험한 상황을 모면했다. 허 씨는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차도인지, 보도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어떠한 안내표지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 정문 앞 보행로가 주말마다 주차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람들이 다니는 보행로에 차량들이 줄지어 주차하면서 ‘보행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관할 지자체는 ‘사유지’라는 이유로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다.

18일 서울시와 송파구, 롯데백화점 등에 따르면 롯데 잠실점 정문 앞 보행공간은 공공보도와 롯데 소유 땅이 뒤섞여 있다. 롯데 측은 과거 백화점을 개장하면서 이곳을 주차장으로 사용 허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차량이 붐비는 주말이면 롯데 잠실점 정문 앞에는 사람과 차량이 뒤죽박죽 섞여있다. 지난 15일에도 VIP 고객의 차량으로 보이는 고급 외제차가 20대 넘게 주차돼 있었다.

문제는 이곳이 차도인지, 보도인지를 알려주는 어떠한 안내표지도 없다는 점이다. 사실 이 공간을 꾸며놓은 것을 보면 보도에 가깝다. 바닥은 아스팔트인 롯데호텔 쪽과 구별되게 다양한 모양의 디자인 블록으로 조성됐다.

특히 신천동 방향에서 잠실역사거리 횡단보도로 가려면 반드시 이곳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누가봐도 보도로 생각하기 쉽다. 최근에는 횡단보도 개선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지하보도를 이용하기 힘든 장애인, 유모차, 어린이 등 교통약자의 통행도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주차장임을 알려주는 주차선이나 안내판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주차나 보행을 안내하는 직원도 없다. 주차된 차 앞에 놓인 ‘러버콘’(빨간색 고깔모양 장비)이 전부다.

관할 자치구인 송파구 관계자는 “주차장으로 사용할 경우 주차선을 긋고 주차면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정상적인 주차시설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곳은 사유지가 섞여있는데다 주차장 용도로 사용 허가를 받은 만큼 단속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송파구 다른 관계자는 “롯데 측에서 애초에 주차장으로 사용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주차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면서 “롯데 측 사유지여서 단속 권한도 없다”고 말했다.

경계석으로 보도를 구분했다고 하지만 화려한 바닥 디자인 탓에 어디가 보행로고, 어디가 주차장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보도혁신 프로젝트인 ‘보도블록 10계명’ 정책에도 어긋난다.

허 씨는 “평일에는 주차된 차량이 없어 당연히 보행로인 줄 알고 다닌다”면서 “보행로면 차량의 통행을 막고, 주차장이면 보행을 막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가장자리를 활용해 주차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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