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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신상윤]또다시‘땜질’ 수능개선안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 ‘큰 산을 울릴 만큼 엄청난 소리를 내더니 뛰어나온 것은 겨우 쥐 한 마리’라는 뜻으로, 크게 떠벌리기만 하고 실제 결과는 보잘것없었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수능개선위원회(이하 개선위)가 지난 17일 내놓은 대학수학능력시험 개선안 시안을 보니 이 옛말이 절로 떠오른다.

개선위는 수능의 EBS 방송ㆍ교재 연계 출제율 70%를 유지하면서, 한국어로 된 EBS 교재 영어 지문 해석본만 달달 외워 시험 준비를 하는 수험생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심각했던 영어 영역의 경우 교재 내 지문을 직접 활용하는 문항을 줄이기로 했다. 또 출제 오류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출제ㆍ검토위원단을 분리하고, 탐구ㆍ제2외국어 영역 과목의 출제 기간과 인원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개선안으로 수능의 출제 오류를 막고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그동안 출제 상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던 교수 중심의 문제 출제, 전 영역에 걸친 EBS 연계 방식 개선 등에서 과감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고 특정 사안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출제위원 구성이 큰 문제다. 일부 과목의 경우 학ㆍ석ㆍ박사를 받은 출신 대학을 따져 보면 특정 대학의 비율의 70%를 넘어 사실상 출제 오류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개선안에는 현재 출제위원 중 40% 수준인 교사의 비율을 늘리겠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문제가 된 ‘수능-EBS 연계’에 대해서도 개선안은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말이 많이 나온 영어영역에 한해서만 ‘땜질 처방’을 제시했다. 교과서 대신 EBS 교재ㆍ동영상을 가르치는 등 파행적인 수업이 이뤄지는 일선 고교의 상황을 외면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EBS 연계 출제’는 비단 영어 영역만이 아닌 전 영역ㆍ과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개선안 발표 당일 열린 관련 공청회에 참석한 고등학교 3학년 학부모 김명실 씨는 “일을 하다보면 실수할 수 있지만 수능은 수험생과 학부모가 사실상 목숨을 걸고 있기에 작은 실수도 용납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문제를 만들 때마다 ‘학생의 인생이 달렸다’는 생각으로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개선위와 교육당국이 새겨야 할 말이 아닐까 싶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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