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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플레시대 생존법…생활패턴-소비방식 총체적 구조조정해야
-“금리가 낮다고 부채 늘리면 안돼”
-“소비 중심을 ‘욕망’에서 ‘필요’의 충족으로 전환”
-“저성장 시대 가장 타격받는 계층은 저소득 계층과 빈곤 노인층”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성장시대의 종언을 두려운 현실로 받아들이지 말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기반으로 형성된 고성장시대의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저성장은 고난이 아니라 축복이 될 것이다”

한국 경제가 지난 40년 동안 지속해온 고성장시대를 지나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고 디플레이션의 어두운 그림자가 엄습하면서 생활패턴과 소비방식, 인식의 근본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차례 경기하강이 있었지만, 현재 상황은 사이클 상의 일시적 침체가 아니라 저출산ㆍ고령화와 맞물리면서 구조적인 저성장에 접어드는 초기 국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식 장기불황 또는 심각한 디플레 국면이 아니더라도 역사상 경험해보지 못했던 2%대 전후의 낮은 성장률을 지속할 것은 분명하다면서,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만이 건강한 생존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해법 찾기가 만만치 않다. 저성장은 고통스럽고, 고성장기의 생활패턴을 한순간에 바꾸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전문가들은 우선 ‘멈추고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0년 동안 상환해야 할 은행 대출을 안고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남들이 산다고 큰 차나 명품을 구입하는 등의 행동은 모두 높은 성장이 지속될 때 맞는 생활방식이다. 이젠 멈춰야 한다.

경제생활에선 부채를 줄이고, 젊을 때부터 노후에 대비하라고 조언한다. 정부와 통화당국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1%대로 내리는 등 소비 촉진책을 펼치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의 견해는 단호하다. 원론적으로 물가가 하락하면 고정소득자의 실질소득은 늘어나게 되지만, 그것은 성장이 지속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장기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국면에서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지금은 저출산ㆍ고령화와 함께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시기”라며 “금리가 낮다고 부채를 늘리면서 비싼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소비를 늘려 미래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2017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로 복지수요가 더욱 늘어나게 돼 있다”며 “극도의 긴축을 통해 부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되, 안정적이면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이 가능한 해외 유망상품으로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소비 측면에서는 실사구시(實事求是)와 실용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소비의 중심을 ‘욕망’에서 ‘필요’의 충족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산층 이상의 경우 물질적 욕망에 매달리지 말고 좋은 인간관계와 나눔 등 보람있는 일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정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으면 소득이 더 올라가도 행복도가 그만큼 높아지지 않는다”면서 “중산층 이상은 물질 이외의 방법으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저성장 시대에 가장 타격받는 계층은 저소득 계층과 빈곤 노인층”이라며 “정부 정책도 이들의 여건 개선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다. 끊임없이 채움으로써 행복을 찾는 것보다 비움의 미학을 찾을 때다. 총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당장 쓰지 않는 물건이 집안에 얼마나 있는지 돌아보라. 1년에 한두번 쓸까 말까 한 물건이나 옷들은 고성장기의 유물이다. 기본적 수요를 충족하는 생활로 돌아갈 때, 저성장을 고통이 아니라 축복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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