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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상범의 아! 車!] 국산 럭셔리 SUV의 조상님, 쌍용 무쏘 이야기
[HOOC=서상범 기자]그야말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시대입니다.

과거 중형 세단을 선호하던 국내 소비자들이 캠핑과 등산으로 대표되는 레저열풍과 함께 공간활용성이 뛰어난 중형 SUV에 큰 사랑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조금 더 컴팩트하면서도 공간활용성은 놓치지 않은 소형 SUV들도 대거 시장에 출시되며 이제 SUV는 그야말로 자동차 업계의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SUV 사랑은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사진=쌍용차 제공

박스형 차체로 유명했던 현대차의 갤로퍼, SUV 명가로 유명한 쌍용차의 코란도가 그 시발점이죠.

그 중에서도 쌍용차의 무쏘(Musso)는 국내 시장에 본격적인 럭셔리 SUV 붐을 일으켰던 차입니다.

1993년 최초 출시된 무쏘는 코뿔소를 뜻하는 순 우리말인 ‘무소’를 변형시킨 이름입니다.

무쏘는 강인한 인상과 힘을 강조하는 SUV이면서도 개발단계에서부터 승용차 못지 않은 고급 SUV를 목표로 했습니다.

영국의 왕립 예술대학의 켄 그린리 교수가 맡은 디자인은 돌고래를 모티브로 한 유려한 곡선과 직선의 조화를 자랑하며 SUV하면 떠오르던 ‘투박하다’라는 인식을 과감히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당시 경쟁차이던 현대 갤로퍼가 직선 위주의 박스형 컨셉이었던 것에 비해 확연한 디자인 차이를 보였죠.

이로인해 영국 버밍엄 모터쇼에서 4륜 구동 부문 디자인 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디자인적으로 인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쏘의 강점은 디자인이 아닌 엔진이었습니다. 바로 자동차 명가 메르세데스-벤츠의 엔진을 탑재했기 때문입니다.

당시만해도 벤츠는 한국에 정식 수입도 되지 않은 꿈의 차였습니다.

이 차의 엔진을 장착했다는 것 만으로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었죠.

초기에는 벤츠의 2.9ℓ 직렬 5기통 디젤 엔진을 직수입해 장착했던 무쏘는 1995년 이후에는 벤츠의 라이센스를 취득해 국내에서 직접 제작한 엔진을 적용합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특성인 2000rpm에서 이후까지 고르게 강한 토크가 발휘되는 특성으로 고속에서의 안정성이 기존 국산차량의 엔진들보다 남달랐습니다.

엔진 외에도 다양한 첨단 기술도 대거 적용됐습니다.

국산 4륜 구동 차량 중 처음으로 ABS를 장착했으며, 파트 타임 4륜 구동 차량 최초로 전자식 구동 전환 스위치를 채용해 화제를모았습니다. 


경쟁차종인 현대 갤로퍼나 기아 스포티지는 2H, 4H, 4L 전환을 위해서는 주행 중인 차량을 멈춰야 했던 것에 비해 무쏘의 경우 2H에서 4H로 전환할 경우 주행 중에도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엔 보그워너사의 수동변속기를 장착했던 모델도 94년부터는 벤츠의 자동변속기를 적용했죠.

여기에 가죽시트, 가죽 기어노브 커버, 무려 CD를 넣을 수 있는 CDP까지. 고급 사양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벤츠 엔진이라는 어마어마한 후광과 함께 각종 첨단 기능과 고급사양으로 럭셔리 SUV의 대명사가 됐죠.

특히 97년 12월에는 500대 한정 판매를 했던 무쏘 500 리미티드가 시판되며 VVIP 마케팅의 좋은 예가 되기도 했습니다.

무쏘는 2005년 단종이 될 때까지 무려 26만여대가 판매되며 대한민국에 SUV 열풍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특히 내구성이 뛰어났는데요.

2001년에는 고속도로 순찰차량인 무쏘가 `無보링 100만km 주행’을 달성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보링’은 엔진 마모에 대한 정비작업을 뜻하는데 이 작업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현재도 도로를 돌아다니는 무쏘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죠.

2002년에는 기존의 트렁크 공간을 픽업 트럭 형식으로 개조한 ‘무쏘 스포츠’가 출시되며 뛰어난 공간활용성을 바탕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화물차에 대한 세제가 개편되기 전에 무쏘 스포츠는 승용차가 아닌 화물차로 분류돼 연간 자동차세 2만8500원이라는 이점으로 인해 더욱 큰 인기를 끌었죠.

이처럼 큰 인기를 끌었던 무쏘는 2005년 6월에 후속 차종인 카이런이 출시되며 단종됐고 무쏘 스포츠 역시 이듬해인 2006년 4월에 후속 차종인 액티언 스포츠가 출시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도로에서 쌩쌩하게 달리는 무쏘는 물론, 이후 렉스턴, 코란도 C에 이어 최근 티볼리까지 무쏘의 DNA는 쌍용차를 SUV 명가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습니다.(물론 카이런과 액티언이 공식적인 후계자이긴 하지만...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SUV 시장을 선도해나갔던 무쏘, 그 이름이 있었기에 지금의 국산 SUV 붐이 있었다고 과언은 아닐 듯 합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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