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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야간수업 안하는 학원 있나요?”
대치동·목동 학원가 자정무렵 학생·학부모 북적북적…심야학습 금지법 유명무실
“대한민국 고등학생들 대부분이 어차피 집에서든 독서실에서든 밤 늦게까지 공부하지않나요? 집에서 부모가 관리해 주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니까 학원 보내는 건데… 학원에서만 밤에 공부하지 말라고 막는 건 현실에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개학 2주째를 맞는 지난 13일 강남 대치동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 사교육 밀집 지역인 목동 학원가 앞. 그곳에서 딸을 기다리던 학부모 김모(45ㆍ여) 씨는 교육 당국의 심야 수업 규제에 대해 불만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자정이 다 된 시각. 김 씨의 불만과는 달리 수많은 학생들이 유유히 학원을 빠져나온다. “(심야 수업 규제가) 현실에 맞지 않다”는 김 씨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김 씨의 고교 1학년 딸도 평소처럼 엄마의 차에 몸을 실었다.

정부가 학원 심야교습을 금지했지만 학원가의 심야 교습은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다시 성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당국의 단속이 뜸해지자 아예 문을 활짝 열고 당당히 수업하는 학원도
늘어나고 있다. [헤럴드경제 DB]

또 다른 학부모 이모(43ㆍ여) 씨는 “학교 끝나고 저녁 먹고 학원에 바로 가도 저녁 6~7시”라면서 “그때부터 10시까지 학원에서 서너시간 해봐야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수업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사교육을 줄이고 학생들의 수면시간을 확보한다는 방편으로 학원 심야교습이 금지된지 수년째. 하지만 단속을 비웃는 학원가 앞에 이같은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16일 교육부의 지난 3년간 1학기 기말고사ㆍ하계 방학 기간 특별지도 점검 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 ‘교습시간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는 2012년 51건, 2013년 49건, 2014년 25건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서울을 기준으로 지도 단속 인원과 점검 학원수 역시 2012년 1380명(5046개)에서 2013년 1265명(3535개), 2014년에는 988명(2254개)으로 눈에 띄게 줄어드는 추세다.

심야 교습이 정말 줄어든 걸까. 단일 건물 안 80여개가 넘는 학원이 밀집한 목동 학원가의 상징적 건물에서 영어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 A 씨는 “가끔 신고가 들어와서 나오는 건 말고는 교육청의 정기 단속이 안 나온지 몇 달 됐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밤 10시가 넘으면 학원 셔터를 내리거나 문을 잠그고 블라인드로 새어 나오는 빛을 가린 뒤 심야 수업을 하는 학원이 대부분이다.

각 학원별 자체 CC(폐쇄회로)TV까지 활용해 복도에 돌아다니는 단속반을 확인하는 건 이미 오래된 방식이다.

그마저도 최근 단속이 뜸하자 아예 문을 활짝 열고 당당히 수업하는 학원도 눈에 띄었다. 강의실의 불빛과 강사의 목소리, 학생들의 열기가 어두운 복도로 뿜어져 나온다.

수업을 마치고 나온 김모(18)양. 인근 고교 3학년에 재학중인 김 양은 “솔직히 고등학생 정도 되면 학생들이 원해서 학원에 다니는 건데 밤 10시로 시간 제한하는 거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원 원장들은 이따금씩 나오는 단속에 걸리면서도 ”우리만 안 할 수 없다”면서 울며 겨자먹기라는 입장이다.

수학 학원 원장 B 씨는 “차라리 단속을 할거면 실효성을 거둘 수 있게 확실히 단속해야한다”며 “지금 같아서는 결국 심야교습 안하는 학원만 바보되고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B 씨는 “단속에 몇 번 걸려 벌점이 차면 폐업을 한 뒤 다른 사람 명의로 이름만 바꿔 운영하는 곳도 있다”면서 “카페나 독서실을 여는 등 편법을 쓰는 학원들도 부지기수”라고 귀띔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학원 수에 비해 이를 단속한 담당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주기적으로 점검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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